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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까지 바꿔 자금은닉…해외 원정진료 활용 탈세 의사 4~5명 조사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02 12:00

수정 2024.07.02 13:56

국세청, 신종 역외탈세 41명 세무조사

국적을 바꿔 국세청 자금 추적을 피한 탈루 사례. 자료:국세청
국적을 바꿔 국세청 자금 추적을 피한 탈루 사례. 자료:국세청

[파이낸셜뉴스] 국세청이 2일 국적 세탁, 가상자산 활용 등 신종 탈세수법을 통해 해외 수익을 은닉한 역외탈세 혐의자 41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해외 원정진료를 활용, 탈세한 성형외과·피부과 의사도 포함됐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 주요국 고금리 기조 등으로 대외 경제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외국인으로 둔갑해 국외 재산을 숨기거나 가상자산을 이용해 해외 용역대가 등을 빼돌린 탈세 혐의자들이다.

유형별로 국적을 바꾸거나 법인 명의를 위장한 신분세탁 탈세자가 11명, 용역대가로 가상자산을 받으며 수익을 은닉한 코인개발업체 9명, 해외 원정진료·현지법인을 이용한 엔데믹 호황이익 탈세 11명, 국내에서 키운 알짜자산을 국외로 무상이전한 다국적 기업 8명이다.

국적 변경은 이른바 '황금비자'를 활용한 경우였다. 황금비자는 일부 국가에서 일정 금액 이상을 현지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시민권을 주는 제도를 말한다.


가상자산으로 수취한 해외 원정진료 대가를 국내 거래소에서 매각한 후 차명계좌를 통해 수백법 쪼개어 현금 인출 사례. 자료:국세청
가상자산으로 수취한 해외 원정진료 대가를 국내 거래소에서 매각한 후 차명계좌를 통해 수백법 쪼개어 현금 인출 사례. 자료:국세청

사업가 A씨의 탈루 사례가 대표적이다. A씨는 국내 거주자지만 해외에서 미신고 사업으로 얻은 소득을 신고 누락한 후 해당 자금을 해외 비밀계좌에 은닉했다. A씨는 해외 이주 의사 없이 국내에서 계속 거주하며 사업활동을 할 생각이었음에도 황금비자로 외국 국적을 사실상 매입했다. 은닉자금 일부를 투자 명목으로 국내에 반입했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주민등록번호, 한국 여권을 버리고 이름까지 바꿨다. A씨는 국내 동거인 B씨(외국인)의 국내 계좌에 송금하고 호화 주택을 매입했다. 이를 적발한 국세청은 A씨 해외 탈루소득에 대해 소득세를, B씨에게는 증여세를 매겼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미이행 과태료도 부과했다.

용역대가로 가상자산을 받으며 수익을 은닉한 코인개발업체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거래관계를 추적하기 어려운 해외 가상자산의 특성을 이용한 탈루다.

해외 원정 진료 대가를 가상자산으로 받고 수익을 은닉한 경우도 있다. 성형외과, 피부과 등 국내 병·의원을 찾는 외국인이 다시 증가하는 가운데 일부 의사들이 동남아시아 등 현지에서 원정진료 수익을 은닉하는 형태다. 이들은 해외 원정진료를 현지병원 세미나 등으로 가장해 관련 매출의 일부 또는 전체를 누락했다. 이들 중 일부는 진료 대가를 가상자산으로 받아 차명계좌로 국내에 반입, 국내 거래소에서 매각하고 외국인의 차명계좌를 활용해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수백회 현금 인출 한 후 다른 ATM을 통해 본인 명의 계좌로 다시 수백 회 걸쳐 현금 입금하는 방식으로 자금세탁을 했다. 조사 대상은 성형외과, 피부과 의사 4~5명이다.

국세청 정재수 조사국장이 2일 정부세종2청사 국세청에서 역외탈세 혐의자 41명에 대한 세무조사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국세청 정재수 조사국장이 2일 정부세종2청사 국세청에서 역외탈세 혐의자 41명에 대한 세무조사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국내에서 키운 알짜자산을 국외로 무상 이전한 다국적 기업도 조사대상이 들어갔다. 일부 다국적 기업이 국내 인적 자원과 인프라, 시장 수요 등을 바탕으로 성장한 국내 자회사의 핵심자산 등을 국외 특수관계자 등에게 매각·이전시키면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방식이다.


국세청 정재수 조사국장은 "2022년부터 3차례에 걸쳐 역외탈세 세무조사 진행 상황을 공개했지만 이번 조사는 가상자산 등 첨단 기술을 활용, 지능화·고도화된 역외탈세 조사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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