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격무에 시달렸지만, 따뜻한 사람"...'시청역 사고'에 망연자실한 유족들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02 13:28

수정 2024.07.02 13:28

지난 1일 저녁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에서 차량이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 후인도로 돌진해 9명이 숨지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제네시스 운전자인 남성 A(68)씨를 현장에서 검거해 우선 병원으로 이송했다. 뉴시스 제공
지난 1일 저녁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에서 차량이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 후인도로 돌진해 9명이 숨지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제네시스 운전자인 남성 A(68)씨를 현장에서 검거해 우선 병원으로 이송했다.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내일 모래 어머니 제사이기도 하고 어제 저녁에 서울시청에서 사고가 났다는 뉴스를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해봤는데, 결국 이렇게 갔네요. 어머니 곁에라도 편하게 있었으면 합니다"
고(故) 김인병씨(53)의 첫째 형 김윤병씨(68)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고인은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역 앞 교통사고에서 목숨을 잃은 서울시청 소속 세무직 공무원이다.

2일 찾은 서울 중구 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는 지난 1일 있었던 사고로 인해 사망한 9명 중 2명의 시신이 안치됐다. 아직 조문객을 맞을 준비가 되지 않은 빈소를 지키는 유족들의 얼굴에는 황망함이 가득했다. 7남매 중 막내인 고인은 격무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가족들에 대한 애정이 깊은 사람이었다.


김윤병씨는 "동생(고인)이 지난 2022년 설날 때를 마지막으로 고향인 안동에 못 내려 왔다. 서울시청 청사운영1팀장이 되고 나서 일이 너무 바빴던 탓에 지난 4월에 아버지 제사에서도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두 딸을 키워 첫째 딸은 의젓한 사회인으로서 둘째 딸은 좋은 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고인의 친구였다는 A씨(53)은 고인이 자기 일에 자긍심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삶에 임하는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A씨는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5급 사무관으로 올라갈 때까지 올라 갈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며 "자기 일밖에 모르던 친구였지만, 나를 많이 응원해 줬고 술 한 잔하면 기댈 수 있는 친구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마 하는 마음에서 친구에게 전화를 했는데, 결국 친구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며 슬픔을 억눌렀다.

사고는 지난 2일 오후 9시 27분께 서울시청 앞 교차로에서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덮치면서 9명이 사망하는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사망자 9명 중 6명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고인을 비롯한 3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사망 판정을 받았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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