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현장]"찰나에 사고 피해" 빗속 복구 중인 시청 교차로...추모의 발길도

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02 14:45

수정 2024.07.02 14:45

가드레일 날아와 유리창 박살난 음식점
유리는 갈았지만 빗물에 실리콘 마감 못해
"어제 직원 3명 있었는데 찰나에 사고 피해"
"사람 안 다친 것만으로 감사하다"
피의자 갈비뼈 골절로 경찰 조사 지체
음주·마약 검사 음성…구속영장 검토
2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교통사고 현장에는 가드레일 대신 임시 칸막이가 설치됐다. 현장엔 조화가 놓였다. '"애도를 표하며 고인들의 꿈이 저승에서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내용의 메모 또한 붙었다. /사진=노유정기자
2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교통사고 현장에는 가드레일 대신 임시 칸막이가 설치됐다. 현장엔 조화가 놓였다. '"애도를 표하며 고인들의 꿈이 저승에서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내용의 메모 또한 붙었다.
/사진=노유정기자
[파이낸셜뉴스] 2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부서진 가드레일 인근에 국화가 놓였다. 출근 중이었던 직장인은 물론이고 시청역 인근에서 장사하는 자영업자, 인근을 지나던 사람, 짬을 내 찾아온 시민들까지 쉽사리 가드레일을 지나치지 못했다. 빗속에도 잠시 앞에 서서 애도를 표했다. 또 "무슨 날벼락이지 뭐야. 여기인지는 몰랐어"라며 놀라기도 했다. 부서진 가드레일은 지난 1일 15명의 사상자를 낸 '시청역 참사'의 현장이다.

이날 사고 차량에 의해 떨어져 나간 가드레일 대신 임시 칸막이가 설치됐다. 주변에는 추모의 글을 담은 메모와 함께 조화도 놓였다. 갑작스런 사고에 전면 유리가 완전히 박살난 음식점의 복구 작업도 이뤄지고 있었다.

피해 가게 "안 다친 것만으로 감사"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이날 오전 사고 현장엔 시민들이 지나가면서 사진을 찍거나 한동안 멈춰 추모의 글이 담긴 메모를 읽었다. 메모에는 "애도를 표하며 고인들의 꿈이 저승에서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흰색 국화 꽃다발도 놓였다.

해당 지역을 자주 지난다는 김모씨(71)는 "어떻게 사람이 갑자기 10명이나 죽을 수 있나"며 "너무 놀랬다"고 언급했다.

인근 회사로 출퇴근한다는 최모씨(41)는 "불의의 사고라서 예방도 할 수 없었던 일이라 안타깝다"며 "여기서 저녁 먹고 가는 내 직장 동료도 당할 수 있던 일이라고 생각하면 처참하다"고 전했다.

사고 현장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사고로 여러 피해를 본 상황이었다. 특히 가드레일 조각이 날아와 가게 전면 유리창이 완전히 박살난 음식점도 있었다.

가게 주인 이모씨(64)는 "어제 직원이 3명이나 있었는데 사람이 다치지 않아 그것만 해도 감사하다"며 "거의 퇴근 시간이었는데 그 찰나에 가게를 나서지 않아 사고를 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직원들 중에 사고 장면을 직접 목격한 사람도 있는데 힘들어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씨는 내리는 비를 보면서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사고로 인해 예약 손님이 취소를 했다. 가게에 진열된 인삼주도 3병이나 깨져 쓰레기통으로 향했다. 20년 이상 된 담금주로 1병에 100만원을 준다고 해도 팔지 않았던 것이라고 했다. 깨진 유리를 복구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유리는 갈아끼웠으나 비 때문에 창틀과 유리 사이를 합착시켜주는 실리콘 마감재를 바를 수 없어서다. 비가 오는데 실리콘을 바르면 마르지 않는다.

2일 오전 서울지하철 2호선 시청역 인근 태평로 교차로 인근 한 음식점에서 전날 교통사고로 박살난 전면 유리창을 복구하고 있다. 유리는 갈아 끼웠으나 이날 장대비가 내리면서 마감재인 실리콘을 바르는 일이 문제가 됐다. 실리콘이 물기 때문에 마르지 않아서다. /사진=노유정 기자
2일 오전 서울지하철 2호선 시청역 인근 태평로 교차로 인근 한 음식점에서 전날 교통사고로 박살난 전면 유리창을 복구하고 있다. 유리는 갈아 끼웠으나 이날 장대비가 내리면서 마감재인 실리콘을 바르는 일이 문제가 됐다. 실리콘이 물기 때문에 마르지 않아서다. /사진=노유정 기자
"블랙박스 확보·구속영장 검토"
이날 경찰은 가해 차량 운전자 A씨(68)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A씨는 지난 1일 오후 9시26분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제네시스 차량을 출차한 뒤 일방 통행로를 역주행하며 BMW·소나타 등 차량 2대를 들이받은 혐의를 받는다. 또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차로 치면서 9명이 사망했다. 이외에 보행자 2명과 피해 차량 운전자 2명, A씨와 A씨의 동승자 등 6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급발진 가능성까지 수사 선상으로 놓고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피의자가 차량 급발진을 주장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것과 관련해 취재진이 '피의자의 급발진 주장 근거'를 묻자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진술 뿐"이라고 했다. 다만 "(피의자가) 정식으로 경찰에 급발진이라든지 진술한 적 없다"며 "운전자가 다쳐서 진술을 들을 상황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피의자가 경찰이 아닌 소방이나 목격자 등에게 이같은 진술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나중에 참고인 조사하면 나오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수사를 위해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했다"면서 "폐쇄회로(CC)TV 영상과 함께 일차적으로 사고 원인 규명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추후 수사에 대해선 "가해자가 갈비뼈 골절이 있어 말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회복상태를 보고 출장 조사하든 경찰서로 부르든 신속히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사고 당일 현장에서 A씨에게 음주 검사 및 마약 간이 검사를 진행한 결과 모두 음성으로 드러났다.

이어 구속영장 청구 계획에 대해선 "사건 조사 진행하면서 다각도로 검토해 보겠다. 엄정하고 정확하게 수사해서 진행하겠다"고 했다.
가해 차량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감정을 의뢰할 방침이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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