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
법조계 "피해자 상태가 관건...집유 어려울 듯"
법조계 "피해자 상태가 관건...집유 어려울 듯"
[파이낸셜뉴스] 서울 시청역 인근 차량 돌진 사고 후 운전자 A씨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A씨 차량에 대한 급발진이 밝혀지기 어렵고, A씨가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의 아닌 '과실' 의심
경찰이 2일 시청역 차량 돌진사고 운전자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조사중이다. 사고 직후 조사에서 음주운전이나 마약투약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통사고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는 통상 부주의 등 고의성이 없는 실수로 사고를 낸 ‘과실범’에 적용한다.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금고란 교도소에 감금하되 징역과 달리 노역은 부과하지 않는 형벌이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 사상자가 발생했다면, 일반적으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아닌 형법상 특수상해 혐의가 적용된다. 만약 음주운전을 했다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위험운전 등 치사상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이 경우 피해 정도에 따라 무기징역까지 처해진다.
경찰이 교통사고특례법 혐의로 입건했다는 것은 수사기관이 1차적으로 사고의 고의성이나 음주운전 등 혐의점에 대해서는 없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실제 음주 측정과 마약 간이 검사에서 A씨에게 음주나 마약 흔적이 검출되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법조계에선 피해의 정도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A씨가 실형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교통사고 전문 김경환 법무법인 위드로 변호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서는 피해자의 상태가 가장 중요한데, 이 경우에는 피해가 워낙 커서 사실상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에는 법원에서 합의가 되지 않더라도 금고형 집행유예가 나오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피해가 중한 사고에 실형을 선고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급발진 인정 여부 희박해
운전자의 차량 급발진 여부에 따라 과실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급발진 의심 사고중 급발진을 인정받은 사례는 1건도 없다.
형사 전문 도진수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도 “급발진한 경우가 아니라면, 충분한 주의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려울 텐데 이 경우 많은 사상자가 나온 만큼, 실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도 변호사는 “아무리 과실범이라도 피해 규모를 봤을 때 형평을 고려할 여지가 클 것”이라면서도 “다만 운전자가 고령이라는 점은 참작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40여 년의 운전 경력을 가진 시내버스 기사로 파악됐는데, 사고원인이 ‘차량 급발진’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 측은 "추가 확인을 위해 차량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감식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급발진이 인정될지는 미지수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자동차 리콜센터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4년 3월까지 14년간 급발진 의심 사고 791건이 접수됐지만, 급발진으로 인정된 사례는 현재까지 1건도 없다.
지난 2022년 12월엔 강원도 강릉에서 차량 사고 역시 급발진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됐다. 당시 차량이 급가속하면서 운전자의 손주인 12세 남자아이가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유족 측은 "할머니 과실이 아니라 급발진으로 보인다"며 차량 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운전자 과실로 판단했으나 법원이 의뢰한 민간 감정기관은 운전자 과실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 이에 대해 제조사 측은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을 내고, 원고측도 다시 입장을 내는 등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27분께 A씨가 모는 제네시스 차량은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을 빠져나와 일방통행인 4차선 도로를 200m가량 역주행했다. A씨의 차량은 이 과정에서 차량 2대를 들이받고 인도의 보행자들을 덮쳤다. 이날 사고로 6명이 현장에서 사망했고 3명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사망 판정을 받았다. A씨를 포함한 부상자 6명은 모두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