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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꽃제비들이 숙소로 이용하는 오물장에 잠금장치 설치 지시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02 16:29

수정 2024.07.02 16:29

일정한 거주지 없이 먹을 것을 찾아 떠도는 가난한 꽃제비 먹을 것 찾거나 밤에 잠을 잔다는 이유로 시당서 지시 하달 오물장서 쫓아내는 게 굶주린 꽃제비 구제 방법이냐 반발 나와
[파이낸셜뉴스]
2009년 7월 23일, 신의주 인근 압록강 둑에 쓰레기 더미 앞에 서 있는 한 북한 군인. 출처=자유아시아방송(RFA) 홈페이지 캡처
2009년 7월 23일, 신의주 인근 압록강 둑에 쓰레기 더미 앞에 서 있는 한 북한 군인. 출처=자유아시아방송(RFA) 홈페이지 캡처

최근 북한 당국이 꽃제비들의 주요 거처로 이용되는 오물장에 잠금장치를 설치하라는 지시를 하달했다.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을 인용해 “요즘 집 없이 떠도는 꽃제비가 늘어나 오물장을 뒤져 먹을 것을 찾아 먹거나 밤에 그곳에서 잠을 잔다는 이유로 북한 당국이 오물장에 잠금장치를 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6월 중순, 청진시 포항구역 남강 1동 동당위원회에 오물장에 잠금장치를 할 데 대한 시당의 지시가 하달되었다”면서 “꽃제비들이 오물장에 거처해 생활하는 현상이 곧 사회주의 영상을 흐린다는 이유에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꽃제비들이 장마당과 역전에 많이 모였지만 요즘은 농촌동원 기간(장마당과역전에 사람이 많이 없어)이어서인지 대부분 오물장을 찾는다”면서 “일부 꽃제비들은 오물을 버리는 것도 의식하지 않고 죽은 듯 누워있어 주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오물장에서 쫓겨난 꽃제비들은 요즘 거리에 내몰려 구걸을 하고 있다”면서 “도로에 쓰러진 꽃제비들도 있어 이들을 목격하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우리(북한)의 사회주의 제도에 대해 절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에 오물장 잠금설치를 하면서 월급을 주는 담당제가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엔 순번제로 당번을 정해 오물장 주변을 청소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전문 관리원은 없었다.

역시 신변안전 위해 익명을 요청한 양강도의 다른 주민 소식통도 지난 달 29일 “양강도에도 오물장에 잠금 설치를 했다”며 “꽃제비를 퇴치하라는 당의 지시 때문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주민들이 쓰레기를 버리는 오전 6시부터 8시,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외에는 달비(월급) 3만원을 받는 관리인이 오물장을 잠궈 놓는다”고 언급했다.

북한에선 최근 쌀 1kg의 가격이 6천원(0.7달러)으로 3만원은 쌀 5kg 정도를 구입할 수 있는 금액으로 알려졌다.


그는 “(일부) 주민들은 나라에서 꽃제비를 구제하기는커녕 굶주림에 처한 이들을 오물장에서 쫓아내는 게 꽃제비 퇴치 방법이냐며 반발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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