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연주행 후 인도로 돌진해 9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입건된 운전자 A(68)씨가 사고 원인으로 ‘급발진’을 주장한 가운데, 일부 전문가 사이에선 “급발진의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브레이크로 서서히 멈춰...급발진 가능성 낮다
2일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시청역 사고의 급발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일단 급발진 가능성은 저는 제로(0)%에 가깝다(생각한다)”고 밝혔다.
염 교수는 “일단 현장에서 급발진했다면 급가속이 이루어지고 차량 구조물을 추돌 또는 충돌하지 않는 이상 멈추지 않는다”며 “가해 차량이 속도를 낮춰 서서히 정지하는 영상을 봤는데 급발진 상황에서는 희박한 경우”라고 진단했다.
이어 “차량이 크게 파손돼 차량이 동력을 상실해 멈췄을 가능성도 분명히 있지만, (CCTV 영상에선) 파손 상태가 심하지 않은 걸로 보인다”며 “운전자의 부주의나 실수 혹은 동승자와의 다툼으로 고의적으로 차량을 역주행시켰다는 가능성에 대한 부분도 경찰 수사에서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염 교수는 운전자의 실수를 예로 들며 “처음에 역주행으로 진입을 해버렸기 때문에 당황한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을 헷갈려서 당황한 상태에서 과속을 더 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급발진 여부 판정과 관련해서는 “최소 일주일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충돌의 충격으로 소프트웨어 리셋..제동장치 다시 제대로 작동했을 가능성도
다만 차량이 자연스럽게 멈추는 장면 만으로 급발진 여부를 섣불리 판단해선 안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2002년 한국 첫 자동차 정비 명장으로 선정된 박병일 박앤장기술로펌차량기술연구소 대표는 “사고 크기와 상태, 충격의 정도를 보면 급발진의 가능성이 꽤 높다”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급발진해 분당 회전수(RPM)가 급상승하면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량이 밀린다”며 “요즘 차량에 쓰이는 전자식 브레이크는 기계식처럼 작동하는 게 아니라 전자적 결함이 발생하면 브레이크가 강하게 듣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2022년 강릉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사고의 운전자 측 변호를 맡고 있는 하종선 법률사무소 나루 변호사는 "급발진은 차량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발생하는 것"이라며 "이에 차량엔 소프트웨어 결함을 방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리셋'(reset) 하도록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차량이 충돌 이후 충격으로 소프트웨어가 리셋되면서 다시 제동장치가 제대로 작동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건은 운전자의 '충돌 회피 시도' 정황을 살펴봐야 한다"라며 "건물 CCTV, 마주 오던 차량의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을 통해 사고차량이 어떻게 충돌 회피 시도 운전을 했느냐를 봐야 한다. 만약 운전자가 충돌 회피 시도 정황이 보인다면 이것은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 정황 증거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일 오후 9시 27분께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호텔에서 빠져나온 제네시스 차량이 건너편 일방통행 4차선 도로인 세종대로18길을 역주행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로 9명이 사망했고 6명은 현장에서, 3명은 병원 이송 도중 숨졌다.
갈비뼈가 골절된 운전자 A씨는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일반병동으로 옮겨 입원 치료를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후 경찰에 체포된 A씨는 차량 ‘급발진’을 주장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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