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美대법 "트럼프 면책특권 인정"에… 바이든 "법치 훼손"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02 18:46

수정 2024.07.02 18:46

"재임 중 공식행위는 기소면제 권리"
형사재판 4건 중 3건 선거이후로
TV토론 압승 이어 사법족쇄 풀어
바이든 "이제 국민이 심판해야"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연방대법원 앞에서 시위대가 "트럼프는 법 위에 있지 않다"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연방대법원 앞에서 시위대가 "트럼프는 법 위에 있지 않다"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美대법 "트럼프 면책특권 인정"에… 바이든 "법치 훼손"
바이든 美 대통령(위쪽)과 트럼프 전 대통령 AP뉴시스·AFP연합뉴스
바이든 美 대통령(위쪽)과 트럼프 전 대통령 AP뉴시스·AFP연합뉴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대선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면책 특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 "미국에는 왕이 없다"며 반발했다. 트럼프는 이번 판결로 총 4건의 형사 재판 가운데 3건을 선거 이후로 미룰 구실을 찾았으며 사실상 올해 대선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났다.

■바이든 "미국엔 왕 없다"

CNN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바이든은 1일(현지시간) 대법원 판결 직후 백악관에서 긴급 연설에 나섰다. 그는 "미국에 왕은 없다. 우리 각각은 모두 법 앞에 평등하다"면서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으며, 이는 대통령 또한 그러하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오늘 대법원의 결정은 법치를 훼손했다"면서 "내 전임자는 4년 전 평화적인 정권 이양을 중단하기 위해 미 의회에 폭도들을 보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은 폭동을 일으킨 트럼프 지지자들이 "경찰을 공격하고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 의장을 습격하고자 했다"며 "그들은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을 교수형하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은 "미국인들은 2021년 1월 6일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히 알 권리가 있다"며 "그러나 오늘 대법원의 결정으로 이는 매우 불가능한 일이 됐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는 국민에 대한 끔찍한 책임 방기이며, 이제 미국인들은 법원이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면서 "이제는 국민이 트럼프의 행위에 대해 심판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은 "미국은 초대 대통령부터 권력을 제한해야 한다고 믿었다"며 "이제 이는 권력자의 손에 달려 있게 됐다. 왜냐하면 법이 더 이상 이를 규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지난 3년 반 동안 그랬던 것처럼 대통령 권한의 한계를 존중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를 포함한 어떤 대통령은 법을 무시하는 게 자유롭게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현재 미 연방 검찰로부터 2건, 주(州) 검찰로부터 2건씩 총 4건의 형사 기소를 받았다. 뉴욕주 검찰이 기소한 성추문 입막음 기소의 경우 이미 5월에 유죄 평결을 받았다. 해당 사건은 트럼프가 과거 성인 영화 배우와 성관계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자신의 회사 돈을 쓰는 과정에서 문서 위조 및 선거법 위반 행위를 했다는 혐의다.

■트럼프, 선거 전까지 형사 재판 4건 중 3건 피할 수 있어

그러나 3건의 기소는 대통령 공무 집행 및 2020년 대선 불복과 관련된 기소다. 미 연방 검찰은 지난해 6월 8일 트럼프가 퇴임 이후 백악관 기밀문서를 무단으로 자택에 가져갔다며 기밀문서 불법 반출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연방 검찰은 같은해 8월 1일 트럼프를 추가로 기소하면서 트럼프가 2021년 1월 6일 의회 난동 사건 당시 난동을 부추겼다며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선거 진행 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해 8월에는 조지아주 검찰도 트럼프가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조지아 주지사에게 압력을 가했다며 트럼프를 조직범죄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트럼프 진영은 연방 검찰의 2번째 기소인 의회 난동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가 사건 당시 미 대통령이었으며 면책 특권이 있었기에 검찰의 기소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대통령 재임 시절 행위는 퇴임 이후에도 면책 특권 대상이라고 주장하며 법원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앞서 1~2심 법원은 트럼프 진영의 면책 특권 주장을 기각했으나 미 연방대법원은 1일 판결에서 면책 특권을 일부 인정하고 해당 소송을 하급 법원으로 돌려보낸다고 판결했다.

존 로버츠 미 대법원장은 "미 대통령은 공식 행위에 대해 기소 면제를 받을 권리가 있다"면서 "비공식 행위에 대해서는 면책 특권을 누릴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의 행위가 공식적인 것인지, 비공식적인 것인지는 하급 법원이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번 판결 덕분에 대통령 공무 집행과 관련된 3건의 기소에서 기소 면책을 주장할 근거를 얻었다. 총 4건의 기소 가운데 성추문 입막음 사건의 경우 오는 11일 1심 형량이 선고될 예정이지만 나머지 3건은 아직 재판 일정을 잡지도 못했다.
미 법원들은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인해 오는 11월 미 대선 전까지 트럼프를 상대로 3건의 형사 재판을 진행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