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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위기 상황에 명분도 없는 파업 예고한 삼성 노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02 18:58

수정 2024.07.02 18:58

전삼노, 8일부터 사흘간 총파업키로
강성 노조원 구제 목적 동의 못얻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노조원들이 지난 달 24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두 번째 대규모 집회를 열고 삼성전자 사측의 소통 거부를 비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노조원들이 지난 달 24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두 번째 대규모 집회를 열고 삼성전자 사측의 소통 거부를 비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오는 8일부터 사흘 동안 1차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한다. 전체 직원이 12만5000여명인 삼성전자에는 복수의 노조가 있는데 2만8000여명의 조합원이 있는 전삼노가 가장 큰 노조다.

노조는 파업, 즉 단체행동을 할 권리가 있지만 적어도 두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시기적으로 적절해야 하며 다른 하나는 명분이 뚜렷해야 한다. 그러나 전삼노의 이번 파업은 비록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지키는 합법 파업이라고 주장하지만, 우선 시기적으로 좋지 못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수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올 들어 겨우 회복세를 찾아가는 중이다.
그보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의 분야의 경쟁에서 글로벌 기업들에 밀리고 있는 등 위기상황에 놓여 있다. 얼마 전 대표이사를 교체한 것만 봐도 삼성전자가 얼마나 어려운 실정인지 이해할 수 있다. 이런 판국에 노조가 파업을 벌인다면 생산 차질 우려로 외국 투자자나 구매자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고 부진 타개 노력에 발목을 잡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파업은 명분이 부족하다. 파업의 첫째 이유가 2024년도 기본 임금인상률 3%를 거부한 855명 조합원에게 더 높은 인상률을 적용해 달라는 것인데 사측으로서는 일부 사원들에 대한 인상률 차등 적용은 도저히 합의해 줄 수 없는 사안이다.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받아들인 임금인상안을 거부한 강성 조합원들에게 노조가 끌려다니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같은 삼성그룹 내 다른 노조들도 전삼노를 비난하고 있다고 한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노조)은 전삼노의 파업 추진에 대해 삼성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회사를 해치는 행위라는 취지의 의견문을 내기도 했다.

전삼노는 지난달 7일 단체 연차사용으로 창사 이래 첫 파업이라고 할 수 있는 한 차례의 파업을 벌이기도 했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삼성전자 노조의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고 파업 참가율도 저조한 편이다. 첫 파업도 생산 차질을 빚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일 것이다.

전삼노는 노조 전체의 동력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이번 파업도 높은 참여율을 보이지 못할 것이다. 파업 명분이 분명하지 않아 조합원들의 동의를 쉽게 얻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무엇보다 글로벌 일류기업인 삼성전자의 조합원들이 파업을 벌인다면 일반 국민들이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 결코 부족하지 않은 처우를 받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강성 조합원들의 입김에 휘둘리며 명분이 모자라는 단체행동을 벌일 때는 배부른 귀족노조의 과도한 요구라는 국민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노조 활동을 하더라도 전체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한 합리적 행동만 여론의 동정을 얻을 수 있음을 전삼노는 알아야 한다.
조합원들도 중요한 시기에 생산 차질을 빚는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현명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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