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교통사고 사망자 7명 안치된 서울대병원
은행 직원 4명·병원 직원 3명 빈소 차려져
동료들 줄지어 조문…"착한 아들, 눈물도 안나"
은행 직원 4명·병원 직원 3명 빈소 차려져
동료들 줄지어 조문…"착한 아들, 눈물도 안나"
[파이낸셜뉴스] "술 한잔만 더하고 갔으면..."
지난 1일 저녁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9명이 사망한 가운데 2일 7명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고로 희생된 은행 직원 4명이 모셔진 장례식장 1·2층 복도에는 검은 옷을 입은 은행원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황망한 표정으로 멍하게 서 있거나 삼삼오오 모인 이들은 동료들과 안부를 주고받고 있었다. 빈소 접객실에 자리를 잡지 못했지만 자리를 뜨지 않고 남아 고인의 마지막을 지키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1층에 마련된 박모씨(45) 빈소에서는 지인들이 조문하기 위해 긴 줄을 서서 대기하며 눈물을 훔쳤다. 동료 장례식장에서 또 다른 동료를 만난 이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손을 맞잡거나 어깨를 두드렸다.
이번 사고로 사망한 은행원들은 40~50대 평범한 가장이어서 안타까움을 더욱 자아냈다. 시청역 인근에 본점이 있는 은행 승진 인사가 있던 당일 축하 자리를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중 한 명이 승진 대상이었고 대부분 같은 부서 소속으로 전해졌다. 한 조문객은 "아이가 중학생이라고 들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조문객 중에는 복수의 빈소를 찾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동료들은 고인들과의 마지막을 떠올리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모씨(52) 동료 A씨는 "지난주 금요일 통화하면서 다음주에 보자고 한 게 마지막이었다. 상가집에서 보게 되다니..."라며 말을 흐렸다. 또 다른 동료 B씨는 "대리를 부르거나 택시를 타지 않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이었다. 조금만 늦게 나왔어도..."라고 동료들에게 말했다.
오후7시 이후부터는 장례식장 지하 1층에 병원 용역업체 직원 3명의 빈소가 차례로 마련됐다. 가족들은 황망한 표정으로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김모씨(37) 모친 이모씨는 "새벽 1시에 며느리가 잘못된 것 같다고 연락이 와서 알았다"며 "술담배도 안하는 착한 아들이었는데 날벼락같은 일이 벌어져서 눈물도 안난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들과 동료들은 약품 분배업을 담당했다. 우리 아들은 팀장이었다"며 "직업이 잘못 알려져서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날 빈소에는 은행 지주사 회장과 은행 사장이 두 시간 가량 자리를 지키고 있기도 했다.
앞서 전날 오후 9시 27분께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온 제네시스 차량이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하다가 왼쪽 인도로 돌진했다. 차량 운전자 A씨는 경기도 안산 소재 버스회사 소속 기사로, 급발진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보행자 9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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