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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때 처음 만나 50년 해로한 네덜란드 70대 부부, 한날한시에 떠났다... '동반 안락사'

안가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03 06:59

수정 2024.07.03 06:59

유치원때 처음 만나 50년 해로한 네덜란드 70대 부부, 한날한시에 떠났다... '동반 안락사'

[파이낸셜뉴스] 네덜란드 70대 부부가 동반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 사연이 전해져 눈길을 끌었다.

지난 6월 29일(현지시간) BBC 보도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얀 피버(70)와 엘스 반 리닝겐(71) 부부는 6월 3일 동반 안락사를 통해 생을 마감했다.

네덜란드 청소년 하키 국가대표팀 선수로 활약하다 스포츠 코치로 일한 얀과, 초등학교 교사였던 엘스는 유치원 시절에 처음 만나 결혼해 아들 한 명을 낳았다.

보트와 항해를 사랑한 이들 부부는 결혼 생활 대부분을 모터홈이나 보트에서 보냈고, 화물선을 사들여 내륙 수로를 따라 상품 운송 사업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이가 들면서 건강에 위기가 찾아왔다. 남편 얀은 2003년 극심한 허리 통증으로 수술을 받았지만 호전되지 않았고, 더 이상 일도 할 수 없게 됐다.

2018년 교사직에서 은퇴한 엘스는 2022년 11월 치매 진단을 받았다. 자신의 상태가 나아지지 않을 것을 알게 된 그는 가족과 동반 안락사를 논의했다고 한다.

얀은 “진통제를 많이 먹으면 좀비처럼 살아야 했다. 그래서 내가 겪고 있는 고통과 아내의 병(치매)을 생각했을 때 이걸 멈춰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들은 이를 만류했지만, 결국 '다른 해결책이 없다'는 데 결론이 닿았다.

안락사 전날 얀과 엘스는 아들, 손주들과 함께 해변에서 산책하며 마지막 저녁식사를 하는 등 함께 시간을 보냈다.

아들은 “아이들이 놀고 있었고 우리는 농담을 주고받았지만 정말 이상한 하루였다”며 “마지막 저녁을 먹는 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났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안락사 당일 아침, 부부의 가족과 친구들이 지역 호스피스에 모였고, 의사가 도착하기 전 2시간 동안 추억을 나누며 노래를 불렀다.

의사들이 도착한 후 모든 절차가 빠르게 진행됐고, 의사 지시에 따른 부부는 단 몇 분 만에 세상을 떠났다.

네덜란드에서는 안락사와 조력 사망이 합법이다.
개인이 자발적으로 요청하고 ‘신체적 혹은 심리적 고통을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의사의 평가와 개선 전망이 없을 때 가능하다. 평가는 두 명의 의사로부터 받아야 한다.


지난 2023년에는 9068명이 안락사로 사망했고, 동반 안락사 사례는 33건으로 총 66명이 택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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