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토론 부진 해명 "해외 출장 많았다...거의 잠들 뻔"

바이든, 2일 대선 모금 행사에서 토론 부진 해명
토론 직전에 해외 출장 강행군, 보좌진 조언 듣지 않아
너무 피곤해 "토론 무대에서 거의 잠들 뻔"
토론 이후에도 지지율 변화는 거의 없어...경합주는 떨어져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의 국토안보부 청사를 방문해 기상청 직원들에게 이상 기후 관련 브리핑을 듣고 있다.EPA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첫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쉰 목소리로 말을 더듬으며 엉뚱한 발언을 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토론을 잘 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토론 전 과도한 해외 일정이 문제였다고 주장했다.

미국 ABC방송에 따르면 바이든은 2일(현지시간) 미 버지니아주 매클린에서 열린 대선 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 기자단과 만나 지난달 27일 TV 토론을 언급했다.

바이든은 부진한 토론 성적에 사과하며 "토론 전에 두어차례 세계를 여행하기로 결정했다”며 “보좌진의 조언을 듣지 않았다. 돌아온 직후 토론 무대에서 거의 잠에 들 뻔 했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지난달 5~9일 프랑스를 국빈방문하고 13∼15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귀국 직후 워싱턴DC 인근의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1주일 동안 토론 준비를 한 뒤 다시 조지아주 애틀랜타로 이동했다.

바이든은 해외 일정 및 강행군에 대해 “그다지 현명하지 못했다”면서도 그만큼 대선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변명이 아닌 해명”을 하는 것이라며 민주당 및 자신의 대선 캠프가 토론 이후에도 수백만달러를 모금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꽤나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바이든의 토론 참패 이후 대선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그는 TV토론 당시 쉰 목소리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섰으며 일부 수치를 혼동하거나 말을 더듬었다. 특정 질문에 답변하면서 멍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는 81세로 역대 최고령 대통령인 바이든을 공격하면서 끊임없이 나이를 지적했으며 바이든의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트럼프는 국경 문제에 대한 바이든의 답변 직후 "이 사람이 마지막에 뭐라고 했는지 정말 못알아 듣겠다. 아마도 자기도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비아냥거렸다. 현지 매체들은 해당 토론에서 바이든이 완패했으며 고령에 따른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켰다고 평했다.

TV토론 이후 바이든은 지난달 28일 경합주 중 하나인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롤리를 방문해 "내가 젊은 사람이 아님을 안다"며 "과거만큼 편안하게 걷지 못하고, 옛날만큼 술술 말하지 못하고, 과거만큼 토론을 잘하지 못한다"고 인정했다. 그는 "그러나 아는 바를 확실히 알고, 진실을 어떻게 말할지를 안다"면서 "잘못된 일과 옳은 일을 구별할 줄 알고, 이 일을 어떻게 수행할지 알며, 일을 어떻게 완수할지 안다"고 밝혀 후보 사퇴론을 일축했다.

한편 미 CNN 방송은 2일 미 여론조사기관 SSRS에 의뢰했던 대선 후보 지지율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설문은 토론 직후인 지난달 28~30일 미국 성인 127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 트럼프의 지지율은 49%로 바이든보다 6%p 높았다. 이는 지난 4월 지지율과 같은 수치다.

CNN 보도 당일 다른 현지 매체 ‘퍽(Puck)’은 민주당 특별정치활동위원회(슈퍼팩)가 공개하지 않은 여론조사를 인용해 바이든의 지지율이 위스콘신 등 주요 경합주에서 약 2% 내려갔다고 주장했다.

[e-mail]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