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김유철·박영진 검사장 등 내부 망에 날선 비판
[파이낸셜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수사와 관련된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추진하자 전날 이원석 검찰총장에 이어 전현직 검사들까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현직 검사들 "탄핵권 남용"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3일 파이낸셜뉴스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탄핵 대상으로 삼은 4명의 검사는 이전에 탄핵 대상이 됐던 3명의 검사와는 차이점이 있다"면서 "민주당이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탄핵 리스트에 올린 것으로 본다. 탄핵권 남용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도 "권력자를 수사했다고 해서 모두 탄핵을 하고 업무에서 배제를 하고 있는데 검찰의 대응 방안은 기자회견 등으로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뿐"이라며 "소신 있게 일한 검사를 조직에서 보호하지 못하면 누가 일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역시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의 탄핵안을 "파렴치한 검찰 말살, 검사 겁박 행태"라며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검찰동우회는 "탄핵 사유가 근거 없음이 명백함에도 억지 논리를 앞세워 이재명 담당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를 하고 이를 공개하는 것은 검사들에 대한 명예훼손이자 불법행위"라며 "명백한 위법으로 국회의원 신분을 이용한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내부 게시판서 검사장들 줄줄이 성토
검찰 내부의 불만은 상대적으로 강하다. 전날 이원석 검찰총장의 기자회견 발언 요지와 질의응답을 정리해 올린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 게시판에는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현직 검사장 등의 댓글 60여개가 달렸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댓글에서 "입법부의 '탄핵소추권 남용'은 반드시 바로 잡혀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실무를 모르는 정치인들의 실질 없는 맹탕 제도 개악으로 인해 매일 검사실에서 기록 더미에 묻혀 씨름하는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토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등 주요 사건을 수사하고 재판에 참여중이다.
이 전 대표의 '대북송금 의혹'을 맡아 온 김유철 수원지검장은 "위헌·위법·사법방해·보복·방탄…총장께서 명징하게 밝혀주신 이 야만적 사태의 본질을 기억하자. 그리고 우리가 할 일에 최선을 다하자"고 썼다.
문재인 전 대통령 전 사위의 특혜채용 의혹을 수사하는 박영진 전주지검장 역시 "무수한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는 부패 정치인 또는 그가 속한 정치세력이 검사를 탄핵한다는 건 도둑이 경찰 때려 잡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이는 입법독재를 넘어선 입법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이진동 대구고검장, 박기동 대구지검장도 비슷한 취지의 댓글을 달았고, 평검사들은 또 다른 게시 글로 항의하는 견해를 피력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야당 주도로 탄핵 절차가 진행된 검사는 총 7명이다. 지난해 9월 민주당은 헌정사상 최초로 안동완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고, 같은 해 12월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와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가결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전날 민주당의 탄핵안 발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라는 권력자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가 재판장을 맡아 재판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탄핵하려면 총장인 저를 탄핵하라"고 반발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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