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20대 여대생 A씨는 최근 정수리 부위 숱이 적어지고, 휑한 느낌을 받아 탈모를 의심하고 있다. 특히 A씨의 아버지 또한 유전적으로 대머리이기 때문에 더욱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A씨의 머리는 불규칙한 생활습관에서 비롯한 연모화 상태였고, 약 6개월 정도 모제림성형외과의 맞춤형 탈모 및 두피 치료 시스템을 통해 개선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대머리는 남성의 전유물일까.
사실 여성도 유전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여성 유전 탈모의 경우 대머리까지는 발전하지 않는다. 여성 탈모는 성장기가 끝난 20대부터 시작되는데, 주로 정수리와 정수리 주변을 중심으로 모발탈락이 발생한다.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면서 탄력이 떨어져 조금씩 빠지게 된다. 이때 앞머리 이마선과 전두부 측면은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간혹 남성처럼 M자형과 O자형 탈모가 겹쳐 이마부터 정수리까지 모발이 거의 없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이는 유전이 아닌 환경이나 질환에 의한 것이다.
실제 여성은 신체 생리 구조상 완전 대머리와는 거리가 멀다. 그 이유를 몇 가지로 꼽을 수 있다.
먼저, 유전자의 혜택이다.
염색체는 여성은 XX, 남성은 XY다. 탈모 유전자는 주로 X염색체에 영향을 받는다. 남성은 X염색체가 하나인 반면 여성은 둘이다. 여성 탈모인이 되려면 X염색체 두 개 모두에 유전인자가 실려야 한다. 하나에만 실리면 보인자로 머문다. 따라서 여성이 탈모가 될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다음으로,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혜택이다.
남성과 여성의 탈모 원리는 같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 모낭에서 5알파-환원효소와 결합하면 탈모 유발의 주범 호르몬으로 알려진 DHT(Dihydrotestosterone)로 환원된다. 환원된 DHT는 모낭에서 모발의 성장을 억제하고, 머리카락을 탈락시킨다. 여기서 DHT를 환원시키는 테스토스테론은 주로 남성의 정소에서 생산되는데, 여성의 난소와 부신에서도 소량 합성되어 여성의 신체에도 적은 량의 테스토스테론이 존재하게 된다.
남성의 테스토스테론은 사춘기 때 급증하여 성장기가 지난 이후 20대부터 점차 감소한다. 반면 여성은 사춘기 이후에도 테스토스테론 농도의 변화가 거의 없다. 성인의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는 남성이 30~200pg/ml, 여성은 5~10pg/ml 정도다. 여성은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이 남성의 6분의 1에서 25분의 1에 불과하다. 탈모 가능성이 남성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는 이유다.
또 하나,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의 혜택이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는 20여종이 있다.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에 에스트로겐 합성의 핵심 효소인 아로마타아제(aromatase)가 작용하면 여성 호르몬으로 전환된다. 남성은 5알파-환원효소에 의해 DHT로, 여성은 아로마타아제에 의해 에스트라디올(estradiol)로 전환되는 비율이 높다. 여기서 20여종의 여성 호르몬 가운데 가장 강력한 여성 호르몬이면서 난소의 여포에서 주로 생산되는 에스트라디올(estradiol)은 두피에서 DHT의 농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여성의 탈모, 특히 대머리가 없는 이유다.
특히, 탈모를 일으키는 DHT 생성에는 안드로겐 수용체의 존재가 필수적이지만, 여성의 전두부에는 안드로겐 수용체가 적다. 대신 테스토스테론을 에스트라디올로 전환시키는 아로마타아제가 풍부해 여성의 이마 앞부분과 전두부 측면의 머리카락이 거의 탈락하지 않는다.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은 모발탈락을 일으키는 DHT로 환원되기도 하고, 모발탈락을 억제하는 에스트리올로도 전환되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 에스트리올로 전환시키는 아로마타아제가 이마 앞쪽에 많이 분포하고 있는데, 이는 남성의 6배 정도이다. 여성은 이 같은 중복된 안전장치로 인해 탈모가 적고, 모발탈락이 되어도 앞이마와 전두부 측면이 심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2022년 기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자료에 따르면 탈모환자의 남성 비율은 55.4%, 여성은 44.6%이다. 여성에게 주어진 많은 안전장치를 감안해 볼 때, 높은 비율임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여성탈모는 호르몬의 작용보다 그 이외의 환경적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심한 스트레스 및 피로, 무리한 다이어트, 호르몬의 변화 등 불균형한 생활습관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성탈모는 전문가와의 정기적인 관찰과 상담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
/황정욱 모제림성형외과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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