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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도 춘식이도 없는 카뱅 '달러박스'..달러와 친해지게 기획했죠"

박문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04 15:15

수정 2024.07.04 15:36

오보현 카카오뱅크 서비스오너
"달러에 집중한 역발상, 직관을 믿었죠"
"엄마도 일상에서 쓰는 달러"
"맥북 달러로 결제되길..꿈꿔"
4일 경기도 판교 카카오뱅크 인터뷰룸에서 만난 오보현 카카오뱅크 외환캠프 서비스오너(SO)에게 다른 은행들이 트레블(해외여행)과 카드 기능을 고민할 때 ‘달러’에 집중한 이유를 묻자 “멀리 보고 직관에 따랐다”고 말했다. 사진=박문수 기자
4일 경기도 판교 카카오뱅크 인터뷰룸에서 만난 오보현 카카오뱅크 외환캠프 서비스오너(SO)에게 다른 은행들이 트레블(해외여행)과 카드 기능을 고민할 때 ‘달러’에 집중한 이유를 묻자 “멀리 보고 직관에 따랐다”고 말했다. 사진=박문수 기자

4일 경기도 판교 카카오뱅크 인터뷰룸에서 만난 오보현 카카오뱅크 외환캠프 서비스오너(SO)에게 다른 은행들이 트레블(해외여행)과 카드 기능을 고민할 때 ‘달러’에 집중한 이유를 묻자 “멀리 보고 직관에 따랐다”고 말했다. 사진=박문수 기자
4일 경기도 판교 카카오뱅크 인터뷰룸에서 만난 오보현 카카오뱅크 외환캠프 서비스오너(SO)에게 다른 은행들이 트레블(해외여행)과 카드 기능을 고민할 때 ‘달러’에 집중한 이유를 묻자 “멀리 보고 직관에 따랐다”고 말했다. 사진=박문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우리 엄마도 일상에서 달러를 쓴다면 그 자체로 재밌겠다는 직관이 들었다.”
4일 경기도 판교 카카오뱅크 인터뷰룸에서 만난 오보현 카카오뱅크 외환캠프 서비스오너(SO)에게 시중은행이 트래블(해외여행)과 카드 기능을 고민할 때 ‘달러’에 집중한 이유를 묻자 이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우리 엄마가 미국에사는 조카에게 달러로 용돈을 줄 수 있을까', '외국으로 신혼여행을 떠날 친구에게 축의금으로 달러를 주면 더 좋지 않을까' 오보현 외환캠프 SO는 환전 가능한 통화 가짓수가 아닌 '달러'에 집중해 ‘외환 생태계’를 구성하고 사용자의 일상을 바꿔나가기로 했다.

그는 "당장의 100개국, 200종 통화 무료 환전, 공항 라운지 같은 부수적인 기능이 아닌 사용자가 ‘달러와 친해지게 하는 것’을 보고 기획했다”면서 "비슷비슷한 트래블카뱅 카드를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외환서비스 달러박스는 수수료 없이 달러를 환전하고 선물하는 서비스다. 달러 선물은 카카오톡 친구라면 누구든 할 수 있다. 여기에 핀테크 기업 '트래블월렛'과 협력해 달러를 44개 외화로도 무료로 환전할 수 있다.

오보현 SO는 카카오뱅크의 창립멤버다. 그는 게임회사 웹젠에서 RPG게임을 개발하다가 네이버 '밴드' 서비스를 기획했다. 지난 2016년 카카오뱅크 출범 준비 태스크포스(TF)에 서비스 기획 담당 합류했다. 입출금계좌, 세이프박스, 예금, 체크카드, 미니(mini)에 이르기까지 카카오뱅크의 거의 모든 수신, 결제 서비스 기획에 참여했다.

그는 카뱅이 청소년을 넘어 온 동네 꼬마들의 '인기 앱'으로 자리잡는데 기여한 미니 서비스 출시 이후 4년 만에 달러박스를 내놨다. 지난달 25일 카뱅이 야심차게 출시한 '달러박스' 가입자는 출시 약 1주일만에 사용자수 20만명을 돌파했다. 오 SO는 달러박스에도 자신의 서비스 개발 철학을 담았다.

은행에서 ‘보스’라고 불리는 오 SO는 “웹 기획자로 시작해 앱 서비스를 개발해온 과정에서 팀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덕목은 ‘쌩눈’”이라며 “거의 모든 금융용어가 어렵지만, 외환은 더 어렵다. 은행원이나 기획자의 눈이 아니라 불편을 느끼는 이들의 시선(쌩눈)에 맞춰 ‘달러박스’ 서비스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오 SO는 “처음 달러박스 서비스를 계획할 때 이름은 ‘외환 돈통’이었다”며 “'잡스 옹'을 좋아해 애플 제품을 수없이 많이 구매하는데 돈통에서 달러를 꺼내 바로 맥북을 살 수 있으면 너무 편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1만 달러 한도가 있는 만큼 테슬라는 어렵겠지만 언젠가 애플과 카뱅 달러박스 서비스가 제휴할 수 있길 꿈꾼다.

또 수많은 국내외 외환이 필요한 서비스와의 연계를 통해 서비스 혁신이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 그는 “지금도 신한은행 ATM 5곳에서 달러를 뽑을 수 있지만, 서비스 출시 2주만에 다른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증권사 등의 제휴 논의가 시작됐다”면서 “특히 은행접근성이 수도권 대비 떨어지는 지역에 거주하는 사용자의 문의가 이어지는 만큼 다른 은행과의 제휴를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사용자들을 겨냥해 증권사 서비스와 달러박스를 엮고, 외국의 각종 OTT서비스 이용자들에게 달러박스 서비스를 연계하는 것이다. 카카오뱅크 모임통장과 달러박스를 연계해 해외여행을 목적으로 돈을 함께 모을 때 ‘환전’ 단계를 생략하는 효과를 준다는 구상이다. 이른바 일상이 된 '외환 생태계'다.

오 SO는 “기획자들은 ‘(경쟁사가) 보고도 쫒아올 수 없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달고 사는데 '달러박스' 사용자가 달러와 친해진다면 경쟁업체가 베낄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급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달러박스 사용자경험(UX)·사용자환경(UI)를 설계하는 과정에서도 사용자가 '급박감'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오 SO는 “환율이 5원 움직일 때 사용자들에게 알려줘야 할까, 1원 오를 때마다 알람을 줘야할까 고민이 깊었다”면서 “1일 1회 알림으로 피로도는 최소화하고 달러와 친해질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박스 서비스의 기획의도가 '환차익을 얻어야 한다는 강박'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달러박스 UX·UI에는 카카오뱅크의 1대주주인 카카오의 상징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가 없다. 춘식이도 라이언도 없이 ‘달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보스'는 “오래가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면서 “달러박스가 역마진이라는 오해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사용자들이 달러와 많이 친해져서 카뱅에 달러를 많이 보유하면 자금운용부에서 수익을 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달러박스는 예금 보호가 불가능해 위험하다고 지적하지만 “미니 서비스 출시 때도 비슷한 지적을 받았지만 극복하고 훌륭하게 자리잡았다”면서 “미니가 일상이 된 것도 결국 편리함과 서비스의 대체불가능성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카카오뱅크가 예금보호를 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을리 없다는 점,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외화계좌 개설 과정을 생략했다는 것을 사용자들이 알아 준다면 해결될 논란”이라고 말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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