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중소자영업자 호소에 눈귀 닫은 최저임금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03 18:30

수정 2024.07.03 18:30

업종별 구분 적용하는 방안 불발
시급 1만원 돌파 쟁점으로 남아
전국 소상공인엽합회 회원들이 최저임금위원회전원회의가 열리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구분적용 및 동결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사진=뉴스1
전국 소상공인엽합회 회원들이 최저임금위원회전원회의가 열리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구분적용 및 동결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사진=뉴스1
최저임금 수준을 업종별로 구분하는 방안이 2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또 불발됐다. 내년도부터 적용 가능할 것이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지 않을 수 없다. 매년 되풀이돼온 사안이어서 이젠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영계도 업종 전반에 대한 구분 적용에서 한발 물러섰다. 대신 경영난에 빠진 일부 취약업종에 한해 구분 적용하자는 실험 수준의 제안을 내놔 합의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취약업종의 지불 능력을 고려해 한식·외국식·기타 간이음식점업과 택시운송업, 체인화 편의점업에 대해 최저임금을 구분해 적용해 보자는 것이었다.

이날 업종별 구분 적용 논의의 파행 문제는 단순히 넘길 사안이 아니다. 업종 구분 사안을 결정하는 과정에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사용자와 근로자측 간 입장이 팽팽하자 합의 대신 표결을 선언했다고 한다. 이런 경우 공익위원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 이에 표결 결과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근로자위원 측에서 위원장의 의사봉을 빼앗거나 배포 중인 투표용지를 찢는 등 표결 과정을 방해했다는 게 사용자측 위원들의 주장이다.

노사 협의 문화가 무너지면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도 큰 부담이 된다. 통상 최저임금을 정하는 과정에 근로자 측이 보이콧하는 경우는 많다. 그런데 이날 업종 구분을 결정하는 과정에 벌어진 충돌 사태로 사용자측 위원들이 남은 협상 일정에 불참 가능성을 제기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시한이 지난달 27일로 이미 지났는데, 남은 협의일정도 파행을 예고한 셈이다. 이렇게 특정 집단을 대변하는 위원들이 실력행사로 협상을 주도하는 행태나 협상 막판에 공익위원들 중심으로 결론 내리는 의사결정 구조 역시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사태가 봉합되더라도 최저임금 인상폭을 둘러싼 충돌이 더욱 커질 우려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폭을 둘러싸고 사용자와 근로자측 간 시각차가 크게 벌어져 있어서다. 지난해 결정된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이다. 올해 임금인상 논의에서 140원만 올라도 심리적 마지노선인 1만원을 돌파한다. 현재 노동계는 실질임금 하락과 물가 인상폭 등을 고려해 대폭 인상을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최근 몇년간 가팔랐던 인상폭을 감안해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가 보여준 논의 과정에 대해 여론은 싸늘하다. 올해 최저임금 협상의 주된 포인트는 경영난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상공인들의 부담을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것이다.
이런 배려 차원에서 취약업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불발로 끝났다. 만약 내년도에 적용될 최저임금 인상폭마저 높게 결정된다면 중소 자영업자들을 두 번 죽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새해가 되면 으레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기계적 의사결정 행태에서 벗어나 노동시장의 민심에 귀를 기울이고 그에 걸맞은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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