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내느라 허리 휜다는 '20대 1인 가구'
"씀씀이는 못 줄이겠고" 답답하다는 푸념
"씀씀이는 못 줄이겠고" 답답하다는 푸념
"당신은 누구와 살고있나요?" 우리나라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중 34.5%라고 합니다.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 추세는 1인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는데요. [혼자인家]는 새로운 유형의 소비부터, 라이프스타일, 맞춤형 정책, 청년 주거, 고독사 등 1인 가구에 대해 다룹니다. <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행복주택을 신청해 봤지만 경쟁률에 헛웃음만 나왔습니다."
부모에게서 독립하자마자 '알거지'가 됐다는 1인가구 직장인들의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 '직주근접'이 가능한 지역일수록 주거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소비하던 습관마저 바꾸기가 쉽지않아, 늘 월급날만 해바라기 할 뿐이라는 푸념이다.
주식 월 100만원씩 샀는데, 독립하자마자 저축액 30만원
최근 유튜브 '부읽남TV' 채널에는 한 20대 여성의 사연이 전해져 화제가 됐다.
사연자 A씨는 "올해 1월부터 자취를 시작해 돈을 펑펑 쓰고 있는 만 26세 3년 차 개발자 직딩"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2021년 중순부터 돈을 벌기 시작했다는 그는 주식에 관심에 생겨 매달 환전으로 미국 주식을 사 모았다.
A씨는 "물론 선저축, 후지출은 항상 실패해서 많은 돈을 모으지는 못했다"면서도 "주식을 사고 싶어 그나마 소비를 자제했다고 생각해 감사하며 살고 있다"고 위안을 삼았다.
그리고 올해 여의도 근처 새로운 직장에 이직했다. 그러면서 덩달아 고민도 생겨났다. 그는 "원래 회사는 집 근처(송도)에 있어서 부모님 집에서 거주했다. 월급은 실수령액 350만원이었고, 쓰고 싶은 거 다 쓰고 달에 100~200만원씩 주식을 매수했다. 저축액보단 저축률이 중요하다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습관을 고치기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통근을 할까 생각했지만, 고민 끝에 자취를 결심했다. A씨는 "인천에서만 평생 살아온 데다가 첫 자취가 무섭기도 하고, 회사도 적응기가 필요해서 우선 1년은 회사 근처 안전한 오피스텔로 구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A씨는 "(보증금과 월세는) 500/73이고, 걸어서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라 들어왔는데 막상 이사와 보니 월세에 관리비까지 100만원이 나온다. 원래 소비습관까지 더해져 저축률이 20%도 안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저축이 안 되면 월급 받으며 돈 버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그렇게 살고 있어 마음이 조급하다. 상황을 해결하고자 행복주택도 신청해 봤지만 서울 경쟁률에 헛웃음만 나왔다. LH임대도 희망이 없다"고 걱정했다.
행복주택 경쟁률은 치솟고.. 월급 86년 모아야 '서울에 내집'
저축, 주거 문제는 단연 A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행복주택의 경우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에 거주할 수 있어 경쟁률이 높은 편이다. 지난해 서울의 행복주택 경쟁률(최초공급 기준)은 177대1 수준이었다. 2020년 6.1대1, 2021년 27.8대1로 지속적으로 오르는 추세다.
부동산 시장에 따르면 앞으로 청년 임대주택 등의 경쟁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청년들이 거주할 만한 원룸 월세 등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상황인 데다 전세사기 등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대가 저축만으로 서울 아파트를 사려면 얼마나 소요될까. 결론 먼저 이야기하자면, '86.4년'이다.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의 이한진 연구위원은 3일 '부동산 폭등기 청년가구 재정변화 분석' 보고서에서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와 KB부동산 통계 등을 근거로 이렇게 계산했다.
2023년 기준 가구주가 29세 이하인 20대 가구의 연 소득은 평균 4123만원으로, 여기에 소비 지출(2136만원)과 비소비지출(598만원)을 뺀 '저축가능액'은 1389만원이었다.
작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11억9천957만원·월별 평균 매매가의 연평균)를 기준으로 할 때 저축가능액 전부를 86.4년 모아야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것이다.
기간은 2014년 39.5년에서 10년 사이 두 배 이상 대폭 늘어났다. 집값이 급등했던 2021년엔 92.8년까지 치솟았다가, 2022년과 지난해 소폭 줄었다.
2014년 이후 지난해까지 10년간 20대 가구의 소득 증가율은 21.02%로 전체 연령대(45.17%)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또 저축가능액 증가율(12.65%)도 전체(64.90%)보다 한참 낮았다. 소득에서 저축가능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10년 사이 20대 가구에서만 줄었다. 이처럼 주택가격 급등 속 청년세대 내 자산 불평등도 심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세대 부채 급증, 순자산 소폭 증가...격차 두드러져
주택가격 급등기인 2015∼2022년 20대 가구의 순자산은 40대 가구의 27.86% 수준에서 18.08%로 줄었다. 30대 가구 순자산도 40대 가구 대비 72.57%에서 63.82%로 낮아지며 격차가 커졌다.
청년세대(39세 이하) 내에서도 하위 20% 가구 대비 상위 20% 가구의 자산 5분위 배율이 2017년 31.75배에서 2021년 35.27배로 늘어났다.
이한진 연구위원은 "주택가격 급등으로 자산 불평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청년세대 내 자산 불평등 확대엔 소득격차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부의 대물림이 근저에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청년세대 기회의 평등을 향상하기 위한 무상교육 확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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