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시청역 참사 원인 의문 증폭…"EDR·CCTV가 핵심 증거"

강명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05 06:00

수정 2024.07.05 06:00

스키드마크, 급발진 증거?
"가해자에 유리할수도…증명 못해"
EDR, 속도 분석과 비교해 신뢰 확보
"브레이크 딱딱했다" 가해자 급발진 주장
서울 시청역 교차로서 대형 교통사고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1일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 사고 수습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4.7.2 dwise@yna.co.kr (끝)
서울 시청역 교차로서 대형 교통사고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1일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 사고 수습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4.7.2 dwise@yna.co.kr (끝)


[파이낸셜뉴스] 지난 1일 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9명을 숨지게 한 교통사고의 원인을 놓고 갈수록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와 감속페달(브레이크) 등을 비롯한 다른 증거를 종합해 결론을 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가해자가 브레이크를 밟은 증거가 나오지 않은 만큼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5일 경찰에 따르면, 시청역 사고 현장에서 스키드마크는 발견되지 않았다.

스키드마크는 최대 감속도로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정지할 때 도로 표면에 생기는 현상으로, 마찰력에 의해 타이어가 녹아서 남은 자국이다.
스키드마크는 급발진을 뒷받침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스키드마크가 없었다고 해서 급발진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스키드마크는 제동이 걸렸다는 증거인 만큼 오히려 가해자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론적으로 스키드마크 여부만으로 급발진 인지 여부는 단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경일 교통 전문 변호사(법무법인 엘앤엘)는 "스키드마크는 브레이크가 작동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어서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밟았음에도 차가 멈추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반면 "제조사는 스키드마크가 없다는 것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 수 없는 증거"라고 했다.

반면 브레이크 등을 비롯한 다른 증거들과 종합할 때 사고기록장치(EDR)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EDR을 분석해 운전자가 액셀을 강하게 밟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변호사는 "EDR을 깰 수 있는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법원은 EDR을 가지고 판단한다"며 "차량이 멈출 때를 제외하면 브레이크 등이 들어오지 않았고, 블랙박스에서도 관련 진술이 없었다면 차에 오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도 EDR이 잘못됐다고 인정된 케이스가 없다"며 "블랙박스나 CCTV 영상의 프레임 수나 차선 길이 등을 분석해 나온 속도와 EDR을 비교했을 때 차이가 크지 않다면 EDR을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각에서 EDR 오류 의혹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오류라면 기록 자체가 되지 않는다. 기록이 반대로 저장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운전자 차모(68)씨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이날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인 피의자를 조사한 경찰에 따르면 차씨는"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딱딱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급발진 여부를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수집한 증거의 정밀분석을 의뢰했다. 감식 대상은 가해 차량의 자동차용 영상 EDR과 차량 내 블랙박스 영상, 호텔과 주변 상가 폐쇄회로(CC)TV 영상 6점 등이다.

전문가들은 급발진 사고는 원인 규명이 쉽지 않은 만큼 종합적인 판단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소방청, 경찰, 국과수 모두 EDR 등 차량 조사를 한다. 이후 제조사에 차량을 넘긴다"며 "복수의 기관에서 종합적으로 원인을 분석해 결과를 발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개인 재산인 차량에 대해서는 운전자가 원치 않을 경우 제조사에 차량을 보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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