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 변경 후 소유권 이전 꼼수
해당 건설사 아파트 부지로 활용
63억원 상당 농지를 직원 개인 명의로 사들인 혐의를 받는 건설사와 대표 등이 재판에 넘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건설사 등이 이 농지를 사들여 용도 변경 후 아파트 사업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직원 명의를 이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현행법상 영리법인은 농지를 취득할 수 없다.
해당 건설사 아파트 부지로 활용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1부(송영인 부장검사)는 최근 A 건설사와 대표이사 황모씨, 직원 한모씨를 농지법 및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 실명법) 위반으로 불구속기소 했다.
A사는 지난 2021년 1월~3월경 아파트 사업부지 확보를 위해 부산 기장군 소재 약 63억원 상당의 농지 3필지(6760㎡)를 직원 한씨 명의로 매입한 혐의 등을 받는다.
농지법에 따르면 농업경영 목적이 아니라면 법인의 농지 취득은 엄격히 금지된다. 헌법도 국가는 농지에 대해 농사를 짓는 사람들만 소유할 수 있다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농지에 투자하려는 법인이나 대표는 농업법인 또는 농업인 명의로 농지를 취득해 처분하는 불법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 다만 자금의 흐름이 복잡한 탓에 수사가 쉽지 않다는게 검찰측의 설명이다.
이 사건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건설사 직원인 한씨 개인에 대해서만 농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한씨가 농지 경영 의사 없이 농지 경영을 하겠다며 농지 자격 취득 증명을 발급받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검찰은 경찰에게 넘겨받은 기록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명의신탁 정황을 포학해 보완수사했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하성진 검사(30·변호사시험 12회)는 "수십억원짜리 농지를 개인이 투자했다기에는 금액이 너무 큰데 경찰 단계에서는 자금 흐름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63억원이라는 금액에 대한 자금 흐름과 부동산에 대한 권리관계를 파악해 보니 사건의 윤곽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A사의 직원인 한씨가 사들인 농지 일부 구역이 A사의 아파트 사업 부지에 포함된 것을 확인하고, 이 농지가 용도변경 된 후 다시 한씨로부터 A사 앞으로 소유권이 넘어간 정황을 발견했다. 이후 한씨 명의로 농지 취득 당시 그 매수 자금이 A사로부터 나온 점, 한씨가 A사에 필지 일부를 매도했음에도 실제 수령한 돈이 없다는 점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검찰은 A사가 회사 명의로 법률상 농지 취득이 불가능하자 해당 농지를 전액 회삿돈으로 사들여 직원 명의로 이전 등기해 취득했다고 판단하고 회사와 대표이사 직원을 재판에 넘겼다. 하 검사는 "앞으로도 부정한 방법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의 불공정 행태에 엄정히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