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 재계노트는 재계에서 주목하는 경제 이슈와 전망을 전문가 시각에서 분석하고, 이를 독자들에게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주>
"변화는 승리의 유일한 상수다(Change is the only constant in victory)."
미국 프로 풋볼의 전설적인 감독인 빈스 롬바디가 남긴 말이다. 변화는 불가피하며 성공적으로 대응하는 조직만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최근 소비자의 이용 편의 등을 위해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공휴일에서 평일로 전환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지난해 대구시와 청주시에 이어 올해는 서울과 서초구와 동대문구에 이어 부산시로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이 확산일로에 있다.
대형마트 공휴일 휴무가 평일로 바뀌면 주말 쇼핑에 나섰다가 헛걸음을 했다는 소비자 불편의 목소리가 줄어들게 되고 주말 유동인구가 늘어 대형마트 인근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는다.
전국의 대형마트 점포를 활용해 새벽배송 서비스가 제공되면 인구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방 중소 도시지역 시민들의 편의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규제 완화로 온-오프라인 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점은 덤이다.
현재 대형마트 규제에 대한 국회의 대응 방식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각주구검(刻舟求劍)이 아닐까 싶다. 초(楚)나라 사람이 배에서 검을 물속에 떨어뜨리고 그 위치를 표시했다가 나중에 배가 움직인 것을 생각하지 않고 검을 찾았다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융통성 없이 현실에 맞지 않는 낡은 생각을 고집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되고 국민의 3분의 2 이상이 대형마트 규제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10년 묵은 대형마트 규제를 고수하고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은 시시각각 변하는 현상을 알지 못한 채 배 안에서 헤매는 각주구검(刻舟求劍)에 다름없다.
대형마트를 포함하는 유통산업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른 새로운 산업생태계의 등장과 더불어 △초저출산 △초고령화 △1인가구 증가 △새로운 소비주체인 MZ세대의 부상 △소비자 구매패턴의 변화 등 발 빠른 대응을 요구받고 있다. 소비자들의 니즈와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존의 경영방식과 전략을 재고하고 새로운 시각과 혁신을 도입해야 할 시점이다.
과거 시장의 변화를 과소평가하고 새로운 트렌드에 대처하지 못한 기업들은 세상에서 사라졌다. 1990년대 카메라와 필름의 대명사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코닥은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2012년 파산했다. 온라인 쇼핑 증가로 한때 세계 최대 소매업체였던 시어스도 2018년 문을 닫았다.
이들 사례가 주는 교훈은 크다.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가속화되고 고물가와 고금리로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기업 환경 변화에 대응력을 갖출 수 있도록 규제는 진화되어야 하며, 효용성이 없고 차별적인 규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
대형마트 규제에도 빈스 롬바디의 승리 방정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사회가 변화를 직시하고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유연하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졌으면 한다.
/김민석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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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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