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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엔저'수출경쟁력 약화 불가피…하반기 원화 변동성 확대 땐 금융시장 불안↑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07 15:38

수정 2024.07.07 15:38

최근 5개년 한국, 일본, 중국 환율 추이. 기준=2019년 1월 100. 자료:한국경제인협회
최근 5개년 한국, 일본, 중국 환율 추이. 기준=2019년 1월 100. 자료:한국경제인협회

[파이낸셜뉴스] 올 하반기 경제의 주요 변수로 '슈퍼 엔저'가 부상하고 있다. 엔저(엔화 값 하락) 지속으로 조선, 자동차 등 주력 수출 제품들이 일본과의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면서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는 수출 흐름에 부담이 되고 있다.

엔저 심화에 부담을 느낀 일본 정부가 공격적 긴축에 나선다면 원화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화 값이 출렁이면 미국이 금리를 내린다고 해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몰릴 수 있다.

7일 국제금융센터가 내놓은 '최근 엔저 심화에 대한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지난 1일 161.73엔까지 상승했다.


지난 4월29일 160.17엔까지 오르자 일본 외환당국이 시장개입 후 160엔대 아래로 떨어졌다가 다시 이를 넘어선 것이다. 1986년 12월 이후 38년래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가장 많이 떨어진 것이다. 5일 160.71엔을 기록했다.

엔화는 유로화 대비로도 역대 최저 수준으로 움직이고 있다. 엔·유로 환율도 지난 4월 하순부터 170엔을 웃돌면서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올 엔저 지속은 전통적 동인인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 이외에 미국 주가에 대한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외환시장 개입 후에도 엔저 기대가 유지되고 있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일본 외환당국의 추가 개입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일본 외환보유액이 지난 4~5월 개입 후 큰 폭으로 감소해 여력이 크지 않고 미국이 국채시장 유동성 악화를 우려해 개입을 지지하지 않고 있어서다.

엔화 약세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자 한국의 수출 부담도 커지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 양국은 수출 경합도가 높다. 2022년 기준 한·일 두 나라의 수출 경합도는 0.458이다. 수출 경합도가 1에 가까울수록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다. 통상 0.5% 이상이면 높은 수준으로 평가한다. 경합도가 높은 석유제품(0.827), 자동차·부품(0.658), 선박(0.653), 기계류(0.576) 등의 수출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지난 5일 오후 3시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59.28원이다. 850원대는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이 지난 2일 개최한 '추락하는 엔화, 전망과 대응'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도 엔저 지속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세미나에서 박상준 일본 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는 '엔화 약세와 한국경제 영향과 대응'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일본 기업은 상품 단가를 엔화 가치가 절하된 폭만큼 낮추지 않아 영업이익이 극대화되는 중"이라며 "만약 원화가 엔화를 따라 절하되지 않는다면 우리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올해 하반기 미국 통화·재정 정책의 불확실성이 반영될 경우, 출렁일 수 있는 금융시장 리스크도 부담이다.

특히 일본 외환당국이 시장개입자금 확보를 위해 미국 국채를 매도하는 과정에서 금리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원-엔 동조화' 현상으로 원화 값은 동반 하락할 수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위험 회피를 위해 원화와 엔화에 동시 투자(프록시 헤지)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상원 부전문위원은 보고서에서 "최근 미국 국채시장은 수급구조가 악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불확실성을 반영하면서 변동성이 다시 확대되는 조짐"이라며 "미국 금리의 높은 변동성이 엔화에 전이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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