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46년 만에 노병의 '죄인의 굴레' 벗겨준 검찰, 대법에 비상상고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07 12:49

수정 2024.07.07 12:49

대간첩작전 중 적을 보고도 공격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1978년 구속 기소
1심 무기징역→2심 징역 5년→대법 무죄→환송심 징역 3년→대법 무죄→환송심 징역 3년→비상계엄으로 상고권 박탈
이원석 검찰총장. 사진=대검찰청 제공.
이원석 검찰총장. 사진=대검찰청 제공.

[파이낸셜뉴스] 대간첩작전 중 적을 보고도 공격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억울하게 옥살이했던 노병이 검찰총장의 비상상고를 대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죄인의 굴레’를 벗었다. 구속 기소된 지 46년 만의 무죄 확정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군 형법 위반(공격 기피 등) 혐의로 1978년 구속 기소된 후 1980년 육군고등군법회의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된 당시 육군 일병 A씨(67)의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확정했다.

육군 7사단 소속이던 A씨가 1978년 10월 휴가병 3명을 사살한 뒤 북한으로 탈출을 시도하던 무장간첩 3명에 대한 포획 작전에서 이들을 보고도 공격하지 않았다는 이유가 적용됐다.

군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1심인 보통군법회의는 무기징역, 2심인 고등군법회의는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1979년 A씨가 소총 사격으로 대응한 사실 등을 주목하고 고의로 명령을 위반해 적을 공격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다만 환송심인 고등군법회의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새로운 증거나 근거가 없었음에도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반해 다시 유죄 판결을 내렸다. 형량을 징역 3년으로 줄이기는 했다.

대법원이 1980년 재차 무죄 취지로 원심판결을 깼으나, 고등군법회의는 고집을 꺾지 않고 징역 3년을 유지했다.

A씨는 다시 상고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시대 상황이 이를 가로막았다. 1979년 발동된 비상계엄으로 군인의 상고권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결국 A씨의 판결은 확정됐다.

2022년 이원석 검찰총장이 부임하면서 A씨에게 다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총장이 40여 년만인 그해 11월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제기해서다.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에 하급심 법원이 기속(羈束·얽어매어 묶음) 된다. 따라서 하급심인 고등군법회의는 기초가 된 증거관계의 변동이 없이는 대법원 판단과 달리할 수 없고, 이에 반해 유죄를 선고한 것은 위법이라는 취지다. 아울러 당시 비상계엄 자체가 위법했다는 법원 판결이 있다는 것은 A씨의 상고 불가 또한 재판청구권 침해라고 이 검찰총장은 봤다.

비상상고는 ‘확정판결에 대해 객관적으로 명백한 법령위반이 있는 것으로 판명된 경우, 그 법령위반을 개선하기 위해 행해지는 비상구제절차’를 말한다. 비상상고는 법령해석과 법령적용의 통일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로, 심판의 법령위반(판결의 법령위반과 소송절차의 법령위반), 법령위반의 명백성을 요건으로 인정한다.


대검찰청은 “검찰이 A의 명예와 피해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비상상고를 제기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한 사례”라며 “구속 기소되었던 국민에 대한 무죄 판결이 확정되었으므로 향후 형사보상 관련 절차 등에서 적극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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