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당한 피의자 조사 늦어지지만
피해자·목격자 참고인 조사 진행
과거 유사한 사고도 검토
국과수 EDR 분석 중
피해자·목격자 참고인 조사 진행
과거 유사한 사고도 검토
국과수 EDR 분석 중
[파이낸셜뉴스] 16명의 사상자를 낸 '시청역 역주행 교통사고' 운전자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면서 수사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운전자 차씨는 1차 경찰 조사에서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딱딱했다"고 진술했다. 차량 급발진이 발생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차씨의 블랙박스와 사고기록장치(EDR) 등을 정밀감식 의뢰하는 한편, 과거 있었던 급발진 의심사건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급발진 접수 201건 중 '차량 결함 제로'
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현재 목격자, 피해자, 피해자의 동료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에 대한 조사가 늦고 있지만) 나머지 조사는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다친 사람, 목격자, 또 참고인으로 조사할 사람 등 이런 수사들은 다 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앞서 지난 4일 운전자 차모씨(68)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차씨가 갈비뼈 골절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사고 발생 3일이 지나서야 조사할 수 있었다. 차씨는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딱딱했다"며 차량상태 이상에 따른 급발진을 주장했다. 옆 좌석에 타고 있던 차씨의 아내 A씨 또한 참고인 조사에서 "옆자리에 앉아있었는데 브레이크가 안든 것 같다"는 취지로 말했다. 실수로 가속페달을 밟았거나, 차량이 가속된 이후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에 정 반대되는 주장이다.
또 경찰은 과거 있었던 유사한 급발진 사고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급발진 주장 사고 가운데 차량 결함이 발견된 사례가 흔치 않아 피의자의 주장에 힘이 빠질지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국토교통부에 신고된 자동차 급발진 사고 201건 중 차량 결함으로 인정된 사례는 단 1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EDR '스모킹건' 될까
전문가들은 차씨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 분석 결과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DR에는 사고 직전 5초간 액셀이나 브레이크가 작동했는지 등의 정보가 기록된다. 경찰은 EDR을 분석하면서 차씨가 사고 직전 가속페달(액셀)을 강하게 밟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가해 차량의 EDR과 블랙박스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감식 의뢰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급발진이 실제로 생겼을 때는 EDR 자료와 블랙박스 영상이 안 맞는 사건이 너무 많다"며 "짧게 5~6초 만에 끝나는 사건은 본인이 급발진을 주장하더라도 본인이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EDR 자료가 나오더라도 자동차 제작사의 면죄부로 작용할 수가 있어 본인에게 불리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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