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인천)=전상일 기자】 이가영이 생애 첫 연장전 우승에 성공했다. 그것도 강력한 라이벌인 윤이나, 최예림을 꺾고 일궈낸 우승이어서 더욱 의미가 컸다.
이가영은 7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파72·6655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롯데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윤이나, 최예림과 동타를 이뤘다. 그리고 18번홀에서 진행된 1차 연장전에서 혼자 버디를 기록하며 승부를 마무리 지었다.
이가영은 지난 2022년 10월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 우승 이후 1년 9개월 만에 다시 정상에 올라 상금 2억16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해당 대회는 스트로크 플레이가 아닌 변형 스테이블 포드 방식으로 열렸었다. 즉 통상적인 스트로크 플레이 대회에서는 아직 우승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의미다. 이가영은 2021년 이후 상금랭킹 20위 밖으로는 밀려나지 않을 정도로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또한 32번이나 톱10을 달성했지만 1승에 그친 것은 지독히도 운이 없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가영은 무려 51번의 투어를 치른 후에야 우승컵을 가져갈 수 있었다. 사실 이가영의 우승 가능성은 2라운드부터 점쳐졌다. 2라운드부터 계속 선두를 내달렸기 때문이다.
5월 중순 오른손 네 번째 손가락뼈에 실금이 간 뒤 뼈가 붙는 동안에도 계속 대회에 출전해온 그는 “깁스하고 있을 때는 부드럽게 쳤으나 지금은 힘도 더 좋아지고 단단한 스윙을 하고 있다”면서 "오랜만에 우승 경쟁을 하게 돼서 좋고, 중압감을 이겨내기보다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하겠다"고 말했다.
18번 홀(파4)에서 열린 연장 1차전에서 이가영은 1.5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파에 그친 윤이나, 최예림을 따돌렸다.
최종 라운드를 3타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이가영은 전반 9개 홀까지 페어웨이와 그린을 단 한 차례도 놓치지 않는 안정된 경기를 펼쳤지만 버디가 나오지 않아 애를 태웠다. 그 사이 윤이나가 보기 없이 버디 9개를 잡는 맹타를 휘두르며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최예림도 버디 6개를 잡으며 이가영을 압박했다. 이가영은 12번 홀(파3)에서야 첫 버디를 잡았지만, 16번 홀(파4) 보기로 선두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가영은 17번 홀(파3)에서 6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넣어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갈 수 있었다.
18번 홀에서 이어진 연장전에서 윤이나와 최예림의 버디 퍼트가 빗나간 뒤 이가영은 침착하게 버디를 넣으며 승부를 마무리했다. 우승 직후 많은 눈물을 쏟은 이가영은 “일단 우승 이후로 계속 잘 안됐었다. 내 뜻대로 잘 안되는 순간들이 많았는데 그것들이 갑자기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승한 이후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계속 응원해주신 팬 분들이 있어서 지금의 우승이 있었던 것 같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리고 오늘 친오빠가 응원을 왔다. 오빠와 함께하는 우승이어서 더 기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회 마지막 날 가장 무서운 추격전을 펼쳤던 선수는 윤이나였다. 윤이나는 이날 9언더파 63타로 코스레코드를 작성하는 등 맹렬한 기세로 이가영을 추격했다. 하지만 마지막 한 타가 부족했다. 윤이나는 2주 전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준우승을 한 이후 또 다시 연장전에서 패하며 준우승했다. 최예림 또한 지난주 맥콜·모나 용평 오픈에서 박현경과 연장 끝에 준우승한 데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한편, KLPGA투어는 1986년과 2014년 이후 세 번째로 3주 연속 연장 승부가 펼쳐지며 갤러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대회 연장전에서는 박현경이 2주 연속으로 연장 우승을 거머쥔 바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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