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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稅혜택에 기대… 글로벌 투자자 소통도 중요 [김기석의 자본시장 산책]

김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07 18:45

수정 2024.07.07 18:45

불안한 韓증시 대책은
떠나는 개인… 편식하는 외국인
상반기 개미 순매도, 작년 전체 넘어서
美·日로 떠나자 기관들도 ‘실탄’ 부족
외인 공격적 매수는 반도체·車만 해당
일부 종목에 쏠려 시장 전체 수혜 없어
법인세 등 파격적 ‘3종 세제혜택’ 내걸어
자본시장 선진화 추진, 투심에 긍정 평가
입법부 선결·세수보충 등은 넘어야할 산
외국인 투자 더 촉진시킬 환경 조성 필요
김기석 국제부장·경제부문장
김기석 국제부장·경제부문장

주식시장이 순항하고 있다. 강력한 저항선으로 작용하던 2800선을 가볍게 넘어서 2900선을 바라보고 있다. 2800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22년 1월 21일 이후 1년5개월여만이다. 주요 증권사들이 연말 코스피 예상 지수로 3000도 내놓고 있어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수급 상황을 보면 불안하다.
국내 주식시장 버팀목 역할을 하던 개인은 해외로 떠나고 있고 간접 투자 매력이 떨어지면서 기관은 영향력을 잃고 있다. 그나마 외국인들이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지만 'Buy KOREA'라기 보다는 일부 종목에만 집중하는 편식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 정부가 내놓은 밸류업 세제 개편안을 포함한 역동경제 로드맵은 주식시장 기반을 바꿀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시행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장애물들이 많이 존재하고 또 다른 증시의 한 축인 외국인들을 더 끌어오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원용 미국 옥스버그 대학교 경영대학 재무담당 부교수는 "정부가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일관적인 정책이 더 중요하다"면서 "결정된 정책을 갑자기 바꾸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공매도 금지를 예로 들며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해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시장 간섭을 최소화 하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韓 떠나 美·日로 가는 개미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5일까지 개미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11조562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매달 1조8000억원 이상의 순매도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개인들의 전체 순매도 규모 8조1590억원보다 2조8972억원이나 많은 수준이다. 개미들의 K증시 엑소더스(탈출)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2022년 1년간 25조3690억원을 순매수하며 큰 손 역할을 했지만 방향성이 없는 증시에 매도세로 돌아선 것이다.

한국을 떠난 개미들이 대안으로 찾은 곳은 미국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912억3459만달러다. 지난 연말 기준 보관금액이 680억2349만달러인 것을 고려할 때 6개월새 232억달러나 급증한 셈이다. 지난 2021년 677억8702만달러에서 2022년 442억2871만달러 급감했지만 이후 다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시장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4일 기준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보관 규모는 41억3900만달러, 지난 연말 37억3856만달러에 비해 4억43만달러(10.71%)나 늘었다. 엔화가치 하락으로 시장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면서 투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일본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개미 떠나며 힘 잃은 기관

개미들이 국내 주시시장에 흥미를 잃으면서 기관들의 '실탄'도 부족해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주식펀드에 순수하게 유입된 금액은 753억원에 불과했다. 한달에 120억원 가량 유입된 셈이다. 기관이 공격적으로 순매수를 할 수 없는 이유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국내주식펀드에서 반도체와 2차전지, 자동차 등의 테마펀드로는 자금이 유입되고 있지만 지수 관련 ETF와 레버리지 ETF 등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전체적으로 순유출을 기록했다.

반면 해외주식펀드로는 7조9238억원이 순유입됐다. 2월 이후 매달 1조원이 넘는 자금이 해외주식펀드에 유입되고 있고 특히 지난 6월에는 2조원이 넘는 자금이 순수하게 들어왔다. 월별 순유입 규모는 1월 2429억원 2월 2조1380억원, 3월 1조2827억원, 4월 1조5912억원, 5월 1조4912억원, 6월 2조1380억원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등 미국 기술주 강세가 이어지면서 현재 우리나라 펀드시장 주인공은 해외주식펀드"라면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미국테크, S&P500, 인공지능(AI), 나스닥 등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펀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밸류업’ 稅혜택에 기대… 글로벌 투자자 소통도 중요 [김기석의 자본시장 산책]
■외국인이 버팀목? 시장 아닌 종목 사는 외인

외형적으로 보면 외국인들이 올해 공격적으로 한국 시장을 사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의 순매수세는 반도체와 자동차 등 특정 종목에 한정돼 있어 시장을 매수한다기 보다는 철저하게 종목을 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지난 5일까지 무려 24조623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순매수 규모 11조4242억원의 2배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그러나 특정 종목에 순매수가 집중되고 있어 시장 전체로는 수혜를 입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올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로 우선주를 포함해 11조4483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어 SK하이닉스 3조6231억원, 현대차 3조3324억원, 삼성물산 1조3384억원, HD현대일렉트릭 1조1427억원, 기아 1조152억원 등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상위 10개 종목에 대한 전체 순매수 규모는 23조2518억원, 이들 종목을 제외하면 사실상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투자자 신뢰 회복 위해 나선 정부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우리 증시가 저평가를 받자 정부는 지난 3일 '역동경제 로드맵'을 발표하고 자본시장 선진화에 나섰다. 역동경제 로드맵의 핵심은 기업 밸류업(value-up)을 통한 자본시장 선진화다. 법인세, 배당소득세, 상속세 등 '3종 세제혜택'을 파격적으로 내건 가운데 추가 세제지원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일단 평가는 긍정적이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입법부 의결이 선결돼야 하고 세수 부족분에 대한 해결방안도 모색해야 하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기는 하지만 투심에는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이하진 한미재무학회 회장은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일단 기업가치 향상과 투자자 신뢰 회복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밸류업 프로그램에 반영된 기업 지배구조와 투명성 제고는 중요한 시작점"이라며 "법적, 정치적, 경제적 환경 조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높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법인세 세액공제,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등은 입법부 의결이 선결돼야 한다는 점에서 낙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제 지원에 따른 부족한 세수 보충 방안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이전 녹색성장 펀드, 통일 액티브 펀드 등의 경험을 볼 때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대한 무분별한 패시브 효과 기대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소통 원하는 외국인 투자자

국내 투자자뿐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도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우리 주식시장은 경제규모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2조2000억달러로 세계 11위, 상장기업 수는 2318개로 세계 8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MSCI 선진(DM)지수 가입에 번번이 탈락하고 있다. 그래도 지난 2013년까지는 편입 관찰국으로 지정됐지만 이후에는 관찰국 지위에서도 탈락한 상황이다. 이는 양적 평가에서는 충분한 자격을 갖고 있지만 신뢰도 등의 질적인 기준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내놓은 '한국 자본시장의 시장접근성(Market Accessibility): 해외 금융기관의 시각'에 따르면 시장과 소통 없는 일방적인 제도 발표, 투명하지 않은 거래 가이드라인, 정보가 제한적인 영문 공시 등 개선돼야 할 많은 문제점들이 제기됐다.

최순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료에서 "한국 자본시장의 선진시장 격상은 시장접근성 제고에 달려 있다"면서 "시장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절차와 관행이 포함돼야 하고 외국인 투자자 및 해외 금융기관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유세현 미국 벨몬트대 경영대학 교수는 "밸류업 프로그램은 주식시장의 공급자 측면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수요자 측면에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소방안의 일환으로 외국인 투자를 더 촉진시킬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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