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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한은 일시대출금 급증, 재정운용 이상징후 아닌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07 19:04

수정 2024.07.07 19:04

상반기 누적 잔액 91조6000억원
세수 결손 최소화 특단책 찾아야
한국은행·양부남 의원실 제공./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양부남 의원실 제공./사진=연합뉴스
정부가 한은에서 빌려 쓴 일시 대출금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일시 대출 제도는 정부가 한은에서 편하게 급전을 마련할 수 있어 '마이너스 통장(마통)'이라 불린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한은 마통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시정은커녕 사용 규모가 더 늘고 있다는 게 문제다.

7일 한은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대(對)정부 일시 대출금·이자액 내역'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정부의 한은 일시 대출금 누적 규모는 91조6000억원에 달한다. 2011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 수치다. 코로나19 사태로 급한 돈이 필요했던 2020년 상반기에도 한은에서 빌려쓴 누적 규모는 73조3000억원에 그쳤다. 대규모 세수 펑크가 난 지난해 상반기의 87조2000억원보다도 무려 4조4000억원이 많다. 한은에서 일시 대출한 뒤 아직 갚지 못한 잔액은 19조9000억원이다.
상반기 동안 91조6000억원을 빌려 71조7000억원을 상환했다는 얘기다.

기본적으로 재정증권 발행을 통해 부족한 재정문제를 푸는 게 순서다. 그런데 재정증권 발행 대신 실시간으로 공개되지 않고 쉽게 빌릴 수 있는 한은의 일시 차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제도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제동장치를 걸었는데도 해소될 기미가 안 보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올 초 정례회의에서 '2024년도 대정부 일시대출금 한도 및 대출 조건'을 의결한 바 있다. 당시 금통위는 '정부는 일시차입금 평균 잔액이 재정증권 평균 잔액을 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대출금을 차입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재정증권 발행을 통해 부족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규정이 지켜지지 않아 구체적인 조건을 내건 것이다. 또 정부가 일시차입·상환 일정, 규모, 기간 등을 한은과 사전에 매주 협의하고 평균 차입 일수와 차입 누계액도 최소화하라는 조건도 붙였다.

한은 마통 활용은 나름 장점이 있다. 이 제도는 정부가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 간 시차에 따라 일시적 자금이 부족할 때 용이하게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다. 단기 유동성을 조절하는 데 효율적이다. 올해 상반기 한은 마통 의존도가 높아진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법인세를 비롯한 세금이 예상보다 덜 걷힌 가운데 수출과 내수 진작을 위해 상반기 재정운영을 '신속 집행'으로 잡으면서 재정 지출이 집중됐다. 이에 한은으로부터 일시 대출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수단을 연속적으로 활용하는 등 의존도가 높아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은 마통을 통해 자주 돈을 빌려 시중에 풀수록 시중 유동성 관리는 어려워진다. 이는 우리 경제의 치명적 약점인 물가 관리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사실 한은 마통의 근본적인 문제는 세출에 비해 세입이 부족한 데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높아져 세수가 늘어난다면 다행이지만, 최근 세수 추계는 계속 빗나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결국 세수 결손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재정을 줄이는 건전재정에 힘을 실어야 한다.
이달 말 예정된 세법 개정안 역시 건전재정 기조에 입각해 감세 정책 수위를 조절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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