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새 2.2조 증가, 영끌 빚투 열풍
은행만 압박 말고 확실한 대응책을
은행만 압박 말고 확실한 대응책을
빚 증가 속도는 심상치 않은 수준에 이르렀다. 저금리 시대 팽창일로였던 가계대출은 글로벌 금리 인상 시기와 맞물려 2021년 국내 통화정책도 긴축으로 돌아서면서 한풀 꺾이는 듯했다. 하지만 올 들어 피벗(통화정책 완화) 기대감이 퍼지면서 최근 월 증가폭은 거의 3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은 지난 5월과 6월 두달 동안 10조원 이상 증가했다.
특히나 6월엔 한달 새 5조3000억원 넘게 불었는데 이는 2년11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세다. 이어 이달 들어선 급기야 나흘 만에 2조2000억원이나 불어난 것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름세를 보이면서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수요가 몰린 탓이 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20% 올라 2년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여기에다 국내외 증시 활황에 빚투 수요까지 되살아나면서 빚 폭증을 이끌었다.
당국이 은행에 대출 관리를 강력히 주문하고 나섰지만 시장에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은 정책 실패의 단면을 보여준다. 정부는 줄곧 엇박자였다. 가계 빚 부담과 증가 속도가 세계에서 손에 꼽힌다는 지적이나 국가 성장의 최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은 수도 없이 나왔다. 그런데도 부동산 연착륙을 앞세워 정책 금융을 풀고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안일하게 관리한 것은 큰 실책이다. 폭증한 가계 빚의 상당부분이 버팀목이나 디딤돌 등 정책자금 대출이라고 한다.
7월 적용 예정이던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두달 미룬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였다. 시행 직전 돌연 연기하겠다는 정부 발표에서 원칙도, 일관성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시장에 잘못된 신호로 작용했고, 이로 인해 부동산 막차 수요를 타려는 이들은 더 늘었다. 이제는 금융채 금리 하락까지 겹쳐 이를 기준으로 삼는 주담대 금리가 내리고 있는 것도 빚 관리에 어려움이 되고 있다. 여기에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신생아 특례대출의 정책 허들은 낮추면서 은행권 금리만 올려 대출을 무작정 줄이는 것도 앞뒤가 안 맞는다.
은행권만 압박하는 정책으로 시한폭탄 가계부채가 해결될 리 만무하다. 그런 만큼 신임 금융위원장의 어깨도 무거울 수밖에 없다. 지난주 지명된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우리 경제가 부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부분이 있다"며 이를 적극 개선하겠다고 밝혔는데, 이제는 정교하고 확실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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