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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튼튼한 공급망을 위한 핵심광물 외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07 19:04

수정 2024.07.07 19:04

강인선 외교부 2차관
강인선 외교부 2차관
오늘날 우리는 경제, 안보, 기술, 환경이 상호 융합된 새로운 전략적 환경을 마주하고 있다. 국가 간 경쟁이 군사나 경제 등 어떤 한 분야가 아니라 모든 경계와 한계를 넘어 정치와 경제, 과학과 기술, 이외에도 거의 모든 분야가 연동돼 이루어지고 있다. 외교에서도 안보와 경제의 이분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냉전 이후 세계는 자유무역 체제가 발전시켜온 가치사슬 속에서 협력하고 발전하면서 경제적 상호의존이 주는 혜택에 집중했다. 하지만 복합위기 속에서 국가 간 전략적 경쟁이 격화되면서, 일부 국가들은 경제적 상호의존을 무기화하고 있다.
이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나 위협이 국가안보와 경제에 직접 영향을 끼치면서 '경제안보'가 외교정책의 핵심 분야로 등장했다.

경제안보의 가장 큰 화두는 공급망이다. 과거에는 공급망을 최종재 생산을 위한 원재료와 중간재를 확보하는 비즈니스 개념으로 접근했다. 전략적 경쟁이나 지정학적 충격 속에서는 국가들이 공급망을 무기화할 수 있고, 자원부국 간 갈등으로 공급망이 마비될 수 있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석유와 가스 외에 광물자원과 식량도 대상이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에서 식량과 에너지 물가가 치솟은 게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핵심자원 공급망 안정화가 국가안보와 직결된다.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스마트폰,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에선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마트폰 한 대를 제조하려면 코발트·리튬(배터리), 은·알루미늄(납땜), 인듐(터치스크린) 등 60여종의 광물이 필요하다. 청정에너지 전환의 주요 수단인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는 리튬코발트산화물과 흑연 등이 필요하다. 단 한 종류라도 광물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 중학교 과학 수업 때 봤던 원소주기율표 하단에 있는, 이름도 잘 몰랐던 희귀금속 한 종류만 수급이 부족해져도 세계 10대 경제 반열에 들어선 우리나라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정부는 광물 수급이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와 다변화를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달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와 중앙아시아 순방에서도 정부는 핵심광물 협력에 중점을 뒀다.

핵심광물 분야의 가치사슬은 복잡해서 광물 부존 국가와의 협력만으로는 부족하다. 하나의 광물이 우리 공장의 생산라인에 공급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는데 광산 소재지와 채굴기업, 투자기관, 제련 가공공장을 갖춘 나라가 각각 다른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자협력은 물론 주요 국가들과의 소다자, 다자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런 배경에서 2022년 6월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이 출범했다. MSP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주요 7개국(G7) 회원국, 호주와 인도 등 14개국과 유럽연합(EU)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MSP 출범 초기부터 적극 활동한 결과, 7월 1일부터 1년간 MSP 의장국을 맡게 됐다. 미국에 이은 두 번째 의장국이다. 현재 MSP에서는 흑연 등 몇몇 광물을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 30여개가 진행 중이다. 우리 정부는 의장국으로 활동하는 동안 이 시범사업들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회원국과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국제 핵심광물 산업 동향을 면밀하게 파악해 업계와 협력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사업 참여 기회를 모색하려 한다.

'사슬은 가장 약한 고리만큼 강하다'는 영어 속담이 있다. 사슬을 당기면 약한 고리부터 끊어진다. 다른 고리들이 아무리 강해도 소용없다.
공급망도 마찬가지다. 공급망 전반이 튼튼해도 핵심광물 한 종류의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약한 고리'가 생기지 않도록 핵심광물 외교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이다.

강인선 외교부 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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