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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최근 공식 석상에 얼굴을 자주 비추고 있다.
이는 네이버의 인공지능(AI) 전략을 적극 피력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2019년부터 데이터 주권의 중요성을 언급해왔던 이 GIO는 향후 주요 글로벌 회사들과 만나 '소버린(Sovereign·주권) 인공지능(AI)'의 중요성을 널리 알릴 것으로 전망된다.
“소버린 AI는 다양성 보호 위해 필수”
9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이 GIO는 지난 5월 21일 열린 ‘AI 서울 정상회의’에서 각 국가의 언어, 문화 등을 고려한 다양한 AI 모델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이 GIO는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답변을 구성하는 AI 기술의 특성상 극소수 AI가 현재를 지배했을 때 특정 시각으로만 역사, 문화 등이 서술돼 미래의 다양성까지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네이버가 책임감 있는 다양한 AI 모델들이 공존할 수 있도록 각 국가별 ‘소버린 AI’의 구축을 위해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 덧붙였다.
이미 이 GIO는 네이버 20주년이었던 2019년 당시 ‘디지털 G2 시대, 우리의 선택과 미래경쟁력’ 공동심포지엄에 참석해 데이터 주권의 중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이 GIO는 "한글로 된 우리의 데이터를 우리의 손으로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며 "앞으로 500년, 1000년이 지났을 때 우리의 문화 데이터를 네이버가 잘 지켰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GIO는 소버린 AI 확산을 위한 글로벌 기업과의 논의도 함께 챙기고 있다. 지난달 24일 이 GIO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를 비롯한 팀네이버 주요 경영진과 미국 엔비디아 본사를 방문한 것이 대표적이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도 일찍부터 직접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강조한 만큼 양사는 데이터 주권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소버린 AI 구축을 위한 긴밀한 협업 시너지에 대해 논의했다.
이처럼 이 GIO가 5년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소버린 AI' 전략을 적극 알리기 위한 행보로 보고 있다.
실제 이 GIO의 ‘데이터 주권’에 대한 진심은 네이버의 AI 전략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다. 네이버는 지난 25년 간 자국 1위 검색 엔진을 지켜내고 있다. 2019년 공동심포지엄에서도 이 GIO는 “어떤 언어가 잘 검색되지 않는다면,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점점 정보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서비스를, 기술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데이터 주권, 이GIO 선제적 투자 선봉에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패러다임에 대응하기 위해 이 GIO는 선제적인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네이버는 2013년 국내 인터넷 기업 최초로 자체 데이터센터인 ‘각 춘천’을 구축했다. 당시 설립 비용은 물론, 대규모 서버를 24시간 가동해야 하기에 막대한 운영 비용 소요가 예상됐지만 이 GIO가 적극 추진해 ‘각 춘천’이 설립됐고, 현재 제2 데이터센터 ‘각 세종’과 함께 국내 정보기술(IT)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아울러 이 GIO는 2021년 네이버가 전 세계 세 번째이자 국내 최초 초거대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HyperCLOVA)’를 개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했다. 이에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를 고도화한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며, 글로벌 빅테크의 AI 모델과 기술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향후 네이버는 탄탄히 준비해온 다양한 기술 인프라를 토대로, 가속화되고 있는 AI 경쟁에서 ‘소버린 AI’ 전략을 취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AI 시대에서도 다양성을 지키기 위함이다.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는 대부분의 학습 데이터가 영어로 구성돼 있는 글로벌 빅테크의 AI 모델과는 달리, 한국어 데이터를 상대적으로 많이 학습하며 한국의 사회, 문화적 맥락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진 것이 특징이다. 한국판 AI 성능 평가 체계 'KMMLU(Measuring Massive Multitask Language Understanding in Korean)’ 벤치마크에 따르면, 하이퍼클로바X는 오픈AI의 GPT-3.5-터보, 구글의 제미나이 프로보다 높은 종합 점수를 기록한다.
아울러 국외의 각국 정부 및 기업이 소버린 AI를 개발할 수 있도록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는 3월에 사우디 아람코 디지털과 사우디 포함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을 대상으로 중동 지역에 최적화된 소버린 클라우드와 슈퍼 애플리케이션(앱)을 구축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네이버와 아람코 디지털은 아랍어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소버린 AI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 5월에는 필리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 ‘컨버지 정보통신기술(ICT) 솔루션즈’와 협약을 체결해 소버린 클라우드 및 AI를 활용한 필리핀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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