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시황

나스닥 빅테크로 돈몰리니… 비트코인 8000만원도 깨졌다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08 18:13

수정 2024.07.08 18:13

독일·마운트곡스發 투자심리 악화
현물 ETF 매수 포지션 대거 정리
확실한 악재 없이 불확실성 증폭
8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고객센터 전광판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나오고 있다.지난 2014년 파산한 일본 가상자산거래소 마운트곡스가 지난 5일부터 채권 상환과 함께 독일 정부 매도세 등이 하방 압력을 재차 높인 영향으로 비트코인이 80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뉴시스
8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고객센터 전광판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나오고 있다.지난 2014년 파산한 일본 가상자산거래소 마운트곡스가 지난 5일부터 채권 상환과 함께 독일 정부 매도세 등이 하방 압력을 재차 높인 영향으로 비트코인이 80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뉴시스
"1억원도 싸다고 해서 들어왔는데 왜 계속 떨어지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이후 가상자산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들에게 지난 일주일은 악몽이었다.

하지만 조금 더 길게 보면 올해 3월 1억원을 돌파한 이후 비트코인과 가상자산 시장은 전반적으로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조정세가 생각보다 길게 갈 수 있다"고 진단한다.

나스닥 빅테크로 돈몰리니… 비트코인 8000만원도 깨졌다

■"떨어진 게 아니라 제자리 찾은 것"

글로벌 코인시황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8일 오후 4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일주일 전보다 12.18% 하락한 5만5632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도 9.98% 내린 7944만원에 거래됐다. 코인마켓캡 기준 지난 3월 14일의 역대 최고치(7만3750달러) 대비 24.27% 떨어진 수치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지금의 가격 하락은 전반적인 매수 감소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짚었다.

코빗의 김민승 리서치센터장은 "한동안 비트코인 현물 ETF 매수세를 일으키던 헤지펀드들이 포지션을 대거 정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ETF와 현물·선물 모두 속절없는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확실한 악재가 없으니 해소되지도 않는다. 불확실성이 공포가 되고, 가격을 끌어내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영증권 임민호 연구원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메타마스크 기소, 벤처캐피털(VC)의 투자를 투자계약으로 간주하는 등의 조치로 주요 수요 주체의 유동성이 악화됐다"며 "국내에서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에 따른 상장폐지 우려로 거래량이 축소되면서 수요 측면에 악재가 많다"고 전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라는 호재가 시장에 과도하게 반영됐고, 상승 모멘텀이 해소되면서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진단이다. 디스프레드 이승화 리서치팀장은 "지난해 10월 이후 올해 3월까지 비트코인 가격은 130%가량 상승했다"며 "현재는 상승 모멘텀이 해소돼 조정장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 상황, 오래갈 수도"

조정 국면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수요 회복'이 중요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임민호 연구원은 "하반기 가상자산 시장의 핵심은 수요에 있다"며 "마운트곡스 등 공급 압력도 중요하지만 이는 이미 시장에 반영된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최화인 에반젤리스트는 "비트코인이 자산의 실질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인 지를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조정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가상자산이 기존 자산시장의 흐름에 편입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짚었다. 최 에반젤리스트는 "지금을 '조정기'로 보기보다는 전 세계 자산시장으로의 '편입기'로 봐야 한다"며 "전 세계 거시금융 환경의 불안이 확대되면서 기관 투자자 등이 자산가치의 하락을 보전할 '안전자산'에 대한 고민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고 짚었다.

김민승 센터장은 "금리인하가 가능성이 낮아지고, 4월 반감기 이후 채굴자 매도 물량은 늘어나는 와중에 나스닥시장의 빅테크가 유동성을 흡수, 비트코인 ETF로 유입됐던 자금이 이탈하면서 내림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이더리움 현물 ETF, 영향 적을 것"

전문가들은 향후 모멘텀에 대해 "미국의 동향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임민호 연구원은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 시기, SEC와 코인베이스 등의 소송 상황, 11월 미국 대선 결과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화인 에반젤리스트도 "일시적으로 독일정부의 비트코인 매도와 마운트곡스에서의 대량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해당 물량이 바로 쏟아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달러와 미국 국채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진 만큼 비트코인이 자산의 분산투자의 새로운 대안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금리인하와 전 세계 부동산 가격, 증시 현황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더리움 현물 ETF의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임 연구원은 "이더리움 현물 ETF가 나와도 비트코인 대비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오히려 승인 이후 그레이스케일 이더리움 신탁(ETHE)의 ETF 전환과 이벤트 매도 압력으로 인한 약세 가능성이 존재한다"라고 짚었다.


최화인 에반젤리스트도 "이더리움 현물 ETF가 가상자산의 가격 상승에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보지만 근본적으로 가산자산의 가격은 급변하는 거시금융 환경에서 비트코인 등이 어떤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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