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떨어져 조모와 부여 거주
초6 여름방학때 가족 만나러 와
친척동생들과 놀던중 납치 당해
경찰에 검문 요청했지만 거절
초6 여름방학때 가족 만나러 와
친척동생들과 놀던중 납치 당해
경찰에 검문 요청했지만 거절
A씨는 70대가 되면서 큰 병을 얻었다. 오른쪽 눈이 실명돼 앞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뇌종양도 생겨 머리가 깨질 듯한 통증을 느끼는 날도 여럿이다.
자신의 병에 대해 A씨는 "딸을 잃고는 병을 얻게 됐다. 모든 신경이 사라진 딸에게 집중돼 있어 이렇게 됐다"며 "딸을 찾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지난 30여년 동안 1년에 수만장의 전단지를 돌렸다"고 전했다. 이어 "아내는 이제 딸을 잊어버리라고 하는데 그게 안 된다. 딸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난다"며 "눈을 감아야 잊을 수 있을 거 같다"고 덧붙였다.
A씨의 딸은 지난 1991년 8월 5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에서 납치로 실종된 초등학교 6학년 정유리양(11·사진)이다. 34년 전 사건이지만 지금까지 유리양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고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사건의 시작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씨 가족들은 충청남도 부여군에 함께 살았다. 농사를 지으며 살던 당시 가족의 형편은 넉넉하지 못했다고 한다. 고민 끝에 A씨는 동생을 통해 알게 된 경기도 안산시 한 회사에 아내와 함께 취직하게 됐다. 취직이 되자 집이 문제였는데 다행히 취직할 회사 사장이 50만원을 가불해줘서 지하 월세방을 얻었다고 한다.
다만 온 가족이 모두 안산에 모인 것은 아니었다. 장녀인 유리양은 부여에 남았다고 한다. 당시 유리양은 할머니를 모시고 살다가 중학교에 올라갈 때가 되면 안산으로 가겠다고 해서다.
시간이 더 흘러 1991년 8월이 됐다. 유리양은 초등학교에서의 마지막 여름방학도 되고 해서 안산으로 할머니와 가족들을 보기 위해 올라왔다. 그리고 그해 8월 5일 온 가족이 집 가까이 살던 고모집을 찾았다고 한다. A씨 부부는 실내에서 친척들과 담소를 나눴고 유리양은 친척 동생들과 밖에서 놀고 있었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밖에서 놀던 아이들이 돌아왔는데 유리양만 없었다. 아이들 "어떤 아저씨랑 아줌마가 유리 언니를 끌고 차에 태우고 갔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때가 오후 8시께였다. A씨는 동네를 샅샅이 뒤졌으나 유리양을 찾지 못했다. 이후 파출소로 가 "외곽으로 나가는 도로를 차단하고 자동차를 검문해 달라"고 요청까지 했지만 유리양의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당시 경찰 수사에 대해 A씨는 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납치 이후 경찰에 도로를 막고 검문을 부탁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 이후에 뒤늦게 수사팀을 만들어 3개월간 수사를 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수사 기록도 없었다"며 "지금은 폐쇄회로(CC)TV라도 있어서 추적이 가능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게 없었다"고 언급했다.
A씨는 "유리가 어디에 있든 아프지 말고 엄마, 아빠 만나는 그날까지 건강하게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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