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개봉한 '핸섬가이즈'는 험한 인상을 가진 두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다. 외모가 주는 선입견과 편견, 오해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상상하지도 못한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는 오컬트 코미디 영화다. MZ세대가 좋아하는 B급 감성과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려져 입소문이 나면서 역주행하고 있다. 지난 1일 영화관에서 '핸섬가이즈'를 직접 본 관객들은 호러 요소가 나올 때는 놀라는 반응이었지만, 코미디 영화이니만큼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웃음보다는 영화를 본 후 씁쓸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최근 극장을 둘러싼 의혹 제기와 해당 영화의 주제인 외형에 대한 편견이 대입되어 보였기 때문이다.
최근 시민단체와 영화인연대는 가격 담합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극장사업자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1조원 이상 손실을 입은 극장사업자는 생존을 위해 영화 관람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었고, 1명의 관객이라도 더 영화관에 오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할인 마케팅이, 되려 대기업이 폭리를 취하고 담합했다는 의혹으로 번졌다. 제휴 할인의 경우 영업상 비밀로 간주되는 것을 제외하고, 공개할 수 있는 범위 내 최대한 공개하고 설명했지만, 업계의 신뢰는 요원하다. 영화 속에서 험한 인상으로 살인범 오해를 받고 아무리 살인범이 아니라고 외쳐도 믿음을 얻지 못하는 두 주인공의 모습이 현재 극장사업자가 놓인 상황과 묘하게 닮았다.
영화계 발전 및 갈등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할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역할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영진위는 정책협의체를 만들어 영화산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협의했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흐지부지된 상태다. 영화계가 서로 믿지 못하고, 각자의 이익만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한 쪽 말만 믿고, 범인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경찰관의 모습과 영진위가 오버랩되어 보인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처럼 예매율과 관람객수, 좌석판매율 등 박스오피스 순위가 거의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나라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인 보전금 정산에 대한 의혹으로 영화 관람에 대한 각종 할인이 전면 재검토된다면, 관객의 외면이라는 더 값비싼 비용을 치르게 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영화 속에서 두 주인공이 무죄를 받고 행복한 결말을 맺은 것처럼, 자칫 제 살 깎아먹기로 귀결될 수 있는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침체된 영화산업의 위기극복을 위해 영화인연대에 극장사업자도 동참시켜 상생의 길을 모색해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김휘정 상명대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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