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텔레그램으로 전국에 마약 유통…일당 70명 검거

강명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09 10:00

수정 2024.07.09 10:00

마약류 밀수입하고 제조해 판매
텔레그램 유명 홍보채널 운영자 포함
일면식 없이 SNS로 범행 모의
대규모 유통경로 차단…유통총책 등 추적
전국에 대규모 마약류를 유통한 일당으로부터 압수한 마약류. 사진=서울 강동경찰서
전국에 대규모 마약류를 유통한 일당으로부터 압수한 마약류. 사진=서울 강동경찰서
[파이낸셜뉴스] 텔레그램을 이용해 전국에 대규모 마약류를 유통하던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유통업자들과 함께 마약류를 밀수하거나 원료를 반입한 뒤 합성마약을 제조해 공급한 업자 등이 함께 검거됐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제조 등) 혐의로 70명을 검거하고 이 중 41명을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이들은 각종 마약류를 시중에 유통시킨 혐의를 받는다. A씨(23) 등 9명은 마약류를 밀수입해 유통시켰고, B씨(21) 등 10명은 오피스텔·빌라 등을 빌려 마약류를 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26명은 마약을 구매해 투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원료물질을 밀수·제조한 C씨(23·베트남인) 등 3명을 비롯해 마약류를 시중에 운반한 D씨(20) 등 19명, 마약을 홍보하고 소통방을 운영한 E씨(21) 등 3명도 포함됐다. B·D씨는 유명 마약 홍보 채널을 운영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텔레그램으로 고용한 운반책에게 좌표를 보내준 뒤 소분한 마약류를 은닉시켰다. 이후 매수자들로부터 코인 대행업체의 무통장 계좌 또는 비트코인으로 대금을 받은 다음 좌표 사진을 전송하는 방식으로 마약을 유통시켰다.

이들은 일면식이 없는 사이로 텔레그램을 통해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분을 감춘 채 비대면 거래를 통해 노출을 최소화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아파트 화단에 수상한 것을 묻는 젊은 남성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현장에서 풍선에 담긴 흰색 가루를 발견한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를 통해 이 남성을 특정한 뒤 나흘 만에 경기도 안산에서 D씨를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압수한 D씨의 휴대전화를 분석해 상선과 비대면 거래 장소를 확인, 판매 총책 A·E씨를 비롯한 다른 피의자들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경찰은 피의자들의 주거지와 은신처, 마약 보관 창고, 좌표 장소 등에서 40㎏ 상당의 마약과 판매 수익금 1000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압수했다. 압수 마약에는 필로폰 624g, 케타민 2.3㎏, 대마초 1.7㎏, 합성 대마 26㎏, 액상 대마 3.6㎏ 등이 포함됐다.

또 운반책의 휴대전화에서 마약류 은닉 장소 1300여곳을 확인해 상당량을 회수, 시중 유통을 사전에 차단했다. 텔레그램 마약 판매상 등이 밀수업자로부터 국제 택배를 통해 각종 마약을 밀수·유통하는 정황을 포착, 대전에 배송된 3kg 상당 액상 마약과 캐리어에 담아 하천 변에 묻어둔 합성 대마 13㎏도 발견했다. 경찰은 필리핀으로 출국한 마약 유통총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수배하고 여권 무효화·인터폴 적색수배를 진행 중이다. 아직 검거되지 않은 채널 운영자와 밀수업자, 운반책, 매수자 등을 계속 추적 중이다.

경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마약 상선까지 연결된 유통 경로 상당수를 확인해 검거했다. 이들은 장기간 마약 유통을 해온 것으로 보고 전국 경찰관서에 관련 정보를 공유, 여죄를 밝힌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텔레그램 채널을 이용한 마약 유통 시장에 큰 타격을 주고 대규모 마약이 시중에 유통되는 것을 차단시켰다"며 "국민 정신과 건강을 황폐화하는 마약 유통 범죄에 대해 앞으로도 수사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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