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정부 "행정처분 없다" 유화책 불구..전공의들 '요지부동'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09 14:55

수정 2024.07.09 14:55

"행정처분 없다" 환영하지만 의대증원 그대로
파격 제안..전공의들 복귀 유도하기엔 역부족
전공의들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대책 없어
정부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철회한 가운데 9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철회한 가운데 9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전공의들의 현장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복귀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행정처분을 철회했지만 전공의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8일 정부가 모든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철회하고, 사직 후 9월 전공의 모집에 응시할 경우 특례를 제공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한 바 있다.

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의 출근율은 여전히 8.0%다. 총 1만3756명의 전공의들 중 지난 8일 기준 출근한 전공의는 1095명에 불과하다. 지난 5일 대비 출근 전공의는 3명 늘었다.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과 의료개혁에 반발하며 지난 2월 19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부터 본격적으로 현장을 이탈했다.
그동안 정부는 물론 의료계도 사태 해결을 위해 전공의들에게 여러 차례 손을 내밀었지만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면서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은 바 있다.

정부 유화책에도 전공의 복귀율 8%

의료계에서는 이번 정부의 결정이 전공의들이 요구했던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가 아닌 만큼 전공의들이 복귀 행렬이 이어질 가능성은 낮을 것을 보고 있다. 당장 이번주부터 10개 의대가 원서접수를 시작하는 상황에서 의대 증원 백지화는 현실성이 없다.

정부는 그동안 전공의들이 현장을 무단으로 이탈했기 때문에 기계적인 법 적용을 할 것이고 구제는 없을 것이라는 강경한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의정갈등이 장기화되고 의료공백에 따른 환자들과 국민들의 불편과 불안이 커지면서, 전공의들을 엄단하는 것보다 복귀를 유도하는 것이 더 공익적이라는 판단하에 정책 방향을 선회했다.

복귀한 전공의와 사직 후 오는 9월 수련에 재응시하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수련 특례'도 부여한다. 전공의 임용시험 지침에 따르면 수련 기간 도중 사직한 전공의는 1년 이내에 같은 과목, 같은 연차로 복귀할 수 없는데 전공의의 복귀를 위해 이를 완화한다. 또 전문의 자격 취득이 지연되지 않도록 연차별, 복귀시기별 특례도 마련할 예정이다.

의료계, 전공의 복귀 쉽지 않을 듯

문제는 정부의 유화책이 전공의들의 복귀를 유도할 수 있느냐다.

실제로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씨는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철회한 것은 환영하지만 의대 증원을 과학적으로 재검토하지 않는 이상 전공의들이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련특례도 이미 수련을 포기한 마당에 어드밴티지가 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만명이 넘는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는다면 의료공백 상황 장기화를 막을 수 없고 현장에 남은 의료진에 대한 과부하를 완화할 수 없게 된다. 현 상황이 5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전공의 비중이 높았던 병원들의 경우 한계 상황이 임박하고 있다. 비상진료체계를 마냥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결국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정부 입장에서 특별히 손을 쓸 대책도 없다.

정부는 이번 결정을 발표하면서 추가적 대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전공의 본인의 커리어에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을 하면서 "정부의 진정성을 믿고 복귀하라"고 호소했을 뿐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15일까지 전공의의 사직이나 복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수련병원의 내년도 전공의 정원(TO)를 줄이기로 했다. 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수련병원에 전달했다.


다만 수련병원이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락을 시도를 해도 받지 않는 전공의들이 많고, 사직서 수리 시점을 두고서도 전공의들은 현장을 이탈한 2월을, 정부는 사직서 수리 금지 등 각종 명령을 철회한 6월을 기준으로 보고 있어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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