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9일(현지시간) 연내 금리 인하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했다.
시장이 기대하고 있는 것처럼 9월에 금리를 내리고, 연말에 다시 한번 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고금리를 지나치게 오래 지속하면 경제 성장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성급한 금리 인하 역시 위험하다고 단서를 달아 시장의 과도한 흥분을 경계했다.
고금리, 오래가면 위험
파월은 이날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금리 인하에 나설 뜻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현재 연준이 당면한 문제가 지난 2년 동안 괴롭혔던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만이 아니라면서 정책 조정 기회를 놓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은 이제 둔화하고 있지만 고금리를 마냥 붙잡아 둘 경우 경제를 위험하게 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
파월은 미 경제가 여전히 탄탄하다고 전제했다.
최근 다소 냉각되기는 했지만 노동 시장이 탄탄하다면서 경제 역시 순조로운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인플레이션 역시 완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월은 "동시에 지난 2년 동안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노동시장 과열을 진정시켰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인플레이션 고공 행진은 우리가 당면한 유일한 위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긴축적인 정책을 완화하는 것이 지나치게 늦거나 이를 경우 경제 활동과 고용을 과도하게 약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은 어느 정도 진정이 됐기 때문에 연준의 우려가 일부 완화된 터라 지금은 금리 인하 시기를 놓칠 가능성에 주의를 기울일 때라는 것이다. 다만 성급한 금리 인하 역시 위험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인플레이션 개선
파월은 "올 초 2% 인플레이션 목표를 향한 행보가 결여됐지만 최근 월간 지표들은 완만한 개선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더 많은 좋은 데이터가 나오면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하게 2%를 향해 가고 있다는 연준의 확신이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파월은 조기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민주당 일부 상원 의원들에게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을 강조해 통화정책 결정이 정치적 판단에 좌우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연준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운용 독립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대통령 선거 이전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반면 공화당은 대선 이후에나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금융 시장 반응은 미지근
그러나 파월이 금리 인하 의지를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 시장 반응은 미지근했다.
국채 수익률은 되레 올랐다.
기준물인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전일비 0.031%p 상승한 4.299%로 뛰었다.
뉴욕 증시 3대 지수도 오후 장 초반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으나 파월 발언 뒤 상승 폭이 좁혀지더니 다우존스산업평균은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다우는 0.13% 밀린 3만9291로 마감했다.
다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은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S&P500은 0.07% 오른 5576, 나스닥은 0.14% 상승한 1만8429로 마감했다.
거래일 기준으로 S&P500은 닷새째, 나스닥은 엿새째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편 연준 의장은 1년에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상원과 하원에 출석해 미 경제 상황과 연준 통화정책에 대해 증언해야 한다.
파월은 10일에는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증언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