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피부관리 받고 도수치료 청구?” 한방병원의 조직적 보험사기극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10 07:50

수정 2024.07.10 07:53

금감원·부산경찰청 보험사기 일당 검거
허위 진료기록 발급 후 도수치료 대신 공진당 처방이나 피부미용 시술하며 실손보험금 10억원 편취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범행 개요도.부산경찰청 제공.
범행 개요도.부산경찰청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방병원 상담실장) ○○○님 도수 2회인데 1회는 피부미용으로 대체 부탁드립니다. (직원 B) 수요일에 도수 대신 에스테틱+스파 진행하겠습니다"

"(한방병원 상담실장) 오늘 방문하시는 ★★★님 한방 스케줄 부탁드립니다. (직원 C) 한방(공진단)으로 대체하고 도수 처방은 4회로 나누겠습니다"

허위 진료기록으로 실손보험금을 편취한 조직형 보험사기 전문 한방병원이 금융감독당국과 수사기관에 의해 적발됐다. 이들은 허위 진료기록을 발급해 공진단·피부미용 시술을 도수치료 등으로 둔갑시켜 실손보험금 10억원을 편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9일 부산경찰청과 함께 이같은 내용의 조직형 보험사기 전문 한방병원 적발 사례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금감원은 '보험사기 신고센터'에 입수된 정보를 토대로 조직형 보험사기에 대한 기획조사를 실시해 부산경찰청에 수사의뢰했다. 이어 지난달 부산경찰청은 한의사·전문의·간호사·가짜환자 등으로 구성된 보험사기 일당을 검거했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지난 9일 보험사기방지특별법 및 의료법 위반, 허위진단서작성 등의 혐의로 A병원의 병원장 B(50대·한의사)씨와 상담실장 C(60대·여·간호사)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의약품 공급업자 D(30대)씨와 전문의, 간호사, 브로커 2명, 환자 96명 등 101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금감원과 경찰에 따르면 병원장 B씨 등은 2022년 6월부터 올 3월 초까지 병원을 운영하면서 가짜환자 96명에게 138차례 허위 진료기록을 발급했다. 이같은 수법으로 가로챈 실손보험금은 9억6000만원에 달했다.

수법은 치밀했다. 병원장 B씨는 고령 전문의 C씨를 형식적으로 채용하고 간호사 D씨에게 C씨의 명의를 이용해 허위의 처방·진료 기록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A가 B를 채용한 이유는 한의사인 병원장의 진료 분야가 아닌 도수치료 등으로 허위의 진료기록을 발급하기 위해 전문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상담실장 겸 간호사 D씨는 병원에 방문한 환자들에게 보험사기를 권유하고, 전문의 C씨 명의를 임의로 이용해 가짜환자들에게 도수치료 등 실손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도록 허위의 진료비영수증을 발급했다. 병원에 결제된 금액에 상응하는 공진단(보약 일종), 피부미용 시술(미백·주름개선 등) 등을 제공하도록 병원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병원 직원들은 일반환자와 구분하기 위해 가짜환자 이름 옆에 '도수치료 대신 에스테틱(피부미용) 진행' 등의 문구를 별도로 기재하고, 도수치료 명부에 보험사기 유형별 색깔로 구분하는 방식으로 허위 진료를 치밀하게 관리해왔다.

가짜환자들은 허위 질병진료기록과 영수증을 발급해 준다는 병원 측 제안을 받아들여 보험사기에 가담했다. 병원 측은 치료비로 500만원을 쓰면 10%에 달하는 50만원 상당을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페이백 방식으로 가짜환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브로커 2명도 병원에 가짜환자를 공급하고 환자들이 쓴 금액의 10~20%를 대가로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가짜환자 100여명에 대한 IFAS(보험사기인지시스템) 연계분석 결과 11명이 가족, 지인관계로 추정됐다.
이들 중 5명이 보험설계사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보험사기를 주도한 병원이나 브로커뿐 아니라 이들의 솔깃한 제안에 동조·가담한 환자들도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가 다수 있다"며 "보험계약자들은 보험사기에 연루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험사기는 합리적인 위험의 분산을 통해 사회 안전망으로서 기능해야 하는 보험제도의 근간을 훼손하고, 선량한 다수 보험계약자의 보험료 인상을 초래하는 대표적인 민생침해 금융범죄"라며 "금감원과 경찰청은 향후에도 보험사기 척결을 위해 적극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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