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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展.. 뭉크를 재조명하다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11 14:24

수정 2024.07.11 14:24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 전시 모습. 예술의전당 제공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 전시 모습. 예술의전당 제공

어질어질한 풍경 속,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는 남자가 그려진 뭉크의 작품 '절규'(1895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20세기의 상징이 된 이 작품은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상황 앞에 인간의 불안과 고통, 공포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절규'와 같은 수많은 인간의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한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1863~1944)의 생애와 예술세계를 조망한 특별전시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Beyond the Scream)'이 오는 9월 19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특별전은 노르웨이 뭉크미술관을 포함해 미국, 멕시코, 스위스 등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23곳의 소장처에서 온 140여점의 작품을 14개 섹션으로 나눠 전시한다. 특히 석판화 위에 뭉크가 직접 채색한 전 세계에 단 2점 뿐인 '절규'를 비롯해 '키스', '마돈나', '불안', '뱀파이어' 등 주요 작품을 소개한다.

뭉크 '절규'(1895). 예술의전당 제공
뭉크 '절규'(1895). 예술의전당 제공

이번 전시는 '절규'를 넘어 뭉크의 예술적인 공헌을 돌아보는데 초점을 맞췄지만, 뭉크의 대표작인 '절규'에 이목이 쏠리는 게 사실이다.

뭉크가 직접 채색한 판화본 '절규'는 가장 많이 복제된 그림 중 하나로 손꼽힌다. 1892년 쓴 그의 일기에는 이 장면에 대해 "해 질 무렵 두 친구와 함께 길을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하늘이 피처럼 붉게 물들었다. 나는 걸음을 멈추었고 무언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피로감을 느껴 난간에 기대었다.
홍수와도 같은 불길이 검푸른 피오르 위로 뻗어 있었다. 친구들은 걸어가고 있었지만 나는 뒤쳐져서 공포에 떨고 있었다. 그때 나는 자연의 거대하고 무한한 비명을 들었다"고 심경을 고백한 바 있다.

극도로 과장되게 기울어진 풍경을 통해 문명인으로서의 두려움, 패닉, 극한의 공포를 묘사한 것이다. 또한, 주인공의 고립은 그의 정서적 상태와 필연적 강박을 더욱 잘 보여 주는 동시에 독특한 인상을 부여한다.

뭉크 '키스'(1892). 예술의전당 제공
뭉크 '키스'(1892). 예술의전당 제공

'절규'외에도 독특한 화풍과 혁신적인 표현 기법에 초점을 맞춰 그의 작품세계 전체를 깊이 있게 다룬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이를 반영한 대표작인 '키스'(1892년)는 뭉크의 '생의 프리즈' 시리즈에서 가장 상징적인 모티프다. 이 작품은 남녀의 시각적 융합을 완전한 방황의 순간으로 묘사한다. 이에 대해 그는 "함께함은 일시적이며, 개인성을 잃는 대가로서만 얻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키스'의 화면 오른쪽에는 키스하는 주인공들이 등장하며, 외부 세계와의 연결을 상징하는 창문 앞에 위치한다. 뭉크는 그의 후기 목판화에서 어떠한 공간적 관계도 드러내지 않으며, 키스하는 커플은 사랑의 상징으로 변모한다. 서로 굴복하는 순간 남녀의 융합은 그들의 정체성과 개성으로부터의 분리를 의미한다.

뭉크 '마돈나'(1895·1902). 예술의전당 제공
뭉크 '마돈나'(1895·1902). 예술의전당 제공

또 다른 대표작인 석판화 '마돈나'(1895·1902년)도 19세기 여성 이미지의 분열된 복잡한 감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는 프레임의 모티프 뿐만 아닌 기대서 있는 모습, 휴식과 움직임, 드러냄과 감추기 등의 요소에서도 나타난다.

특히, 에로틱하면서도 황홀한 양면성을 보여주는 누운 자세, 무용수 또는 인어와 같은 서있는 자세, 임신과 출산의 지표인 태아의 골격과 정자의 형상 등도 눈에 띈다.

뭉크 '불안'(1896). 예술의전당 제공
뭉크 '불안'(1896). 예술의전당 제공

'불안'(1896년)도 뭉크 특유의 불안과 초조한 감정을 세세히 묘사했다. 그림 속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놀란 눈을 한 채 정면으로 다가온다. 두려움에 얼어붙은 듯한, 마치 가면을 쓴 것 같은 얼굴들은 두려움과 내면의 압도적 강박을 관객에게 직면시킨다.

얇게 바른 물감은 목판의 곡선을 드러내며, 인물들이 어둠 속으로 점점 사라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모자를 쓴 남자와 함께 있는 여자의 입이 지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뭉크는 이를 통해 자신의 고통과 두려움을 표현하지 못하는 무능을 상징화했다.


뭉크 '뱀파이어'(1895). 예술의전당 제공
뭉크 '뱀파이어'(1895). 예술의전당 제공

이밖에 '뱀파이어'(1895년)는 흡혈귀의 입맞춤이 치명적이지만 사랑이나 위로의 행위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한다. 연인 뒤에 숨어있는 그림자는 위협으로 해석될 수도 있고, 그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매개체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전시를 주최한 예술의전당 측은 "뭉크는 사랑과 고통, 우울, 죽음에 대한 상징으로 가득 찬 가장 강렬한 작품들을 제작했다"며 "이번 전시가 아시아 최대 규모인 만큼 잘 알려진 작품 외에도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개인 소장 작품들도 다수 공개된다"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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