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HBM 인질' 삼은 삼성 노조..경쟁사는 웃고 있다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11 16:03

수정 2024.07.11 16:59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 8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정문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 8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정문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전세계 HBM 시장 점유율 전망
(%)
기업명 2023년 2024년
SK하이닉스 53 59
삼성전자 38 36
마이크론 5 5
(골드만삭스)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
기업명 2023년 4분기 2024년 1분기
TSMC 61 62
삼성전자 14 13
SMIC 5 6
UMC 6 6
글로벌파운드리리 6 5
(카운터포인트)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의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가 글로벌 반도체 격전의 엄중한 시기에 무기한 총파업을 강행하면서 '명분도, 실리도'없는 투쟁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사측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노조원의 임금 차등 인상을 요구하면서 이미 임금 인상에 합의한 다수의 일반 직원들과 내부 갈등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칩워' 비상사태에 '내부 총질'

전삼노 지도부는 11일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8인치 생산라인을 찾아 총파업 동참을 촉구했다. 전날 유튜브 방송을 통해 1차 목표로 제시한 8인치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가동 중단을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8인치 라인은 레거시(성숙) 반도체를 생산하는 곳으로, 자동화가 많이 이뤄진 미세공정에 비해 인력 의존도가 높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8인치 라인은 사람이 필수적으로 필요한데, 인원이 빠지면 라인을 세울 수 있어 첫 타깃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전삼노는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비해 열세를 보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차질로 수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전삼노는 12일 평택캠퍼스의 HBM 생산라인인 P2L 앞에서 집회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이후 활동 위치는 전략적으로 논의하고 결정할 예정인데 사측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반도체인 HBM에 '몰빵'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HBM 포토(장비)를 세우면 사측에서 바로 피드백이 올 것이고, 승리를 당길 수 있는 키"라고 압박했다.

전문가들은 격화되는 AI 반도체 주도권 경쟁에 놓인 삼성전자의 현실을 집요하게 공격하려는 의도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의 전기공학과 교수는 "HBM은 범용 메모리와 달리 맞춤형 제품이라 고객사의 신뢰도가 중요한데, 노조가 HBM 생산 차질까지 외치면 믿고 맡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업황 개선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HBM은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수요가 폭발하면서 올해는 물론 내년 물량까지 판매가 완료될 정도다. 엔비디아의 HBM3E(5세대 HBM) 제품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삼성전자는 HBM 생산 차질이 빚어질 시 선두 SK하이닉스와의 경쟁에서 완전히 밀릴 수 있다. 오히려 '만년 3위' 마이크론에게 추격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심지어 전삼노는 파운드리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가동도 멈출 것을 경고했다. TSMC 추격에 나선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에 찬물을 끼얹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지난 9일 EUV 기반의 2나노미터(1nm=10억분의1m) 수주 소식을 처음 공개한 바 있다.

'무노조' TSMC는 달리는데

2·4분기 깜짝 실적을 내며 상승세를 탄 삼성전자가 '노조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것과 달리, 경쟁사인 대만의 TSMC는 아시아 기업 최초로 미국 증시 시총 1조달러를 넘어서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TSMC는 1987년 창사 이래 무노조 경영을 고수 중이다.

TSMC는 최근 올해 상반기 매출이 1조2661억5400만대만달러(약 53조7736억원)를 기록해 지난해 동기 대비 28% 늘었다고 발표했다. 주요 고객사인 애플과 엔비디아로부터 AI 열풍에 따른 파운드리 주문이 급증한 점이 주효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업종이 다른 제조업에 비해 '노조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빅테크들이 보기에 TSMC의 약점인 지진·지정학적 리스크보다 생산 차질을 앞세운 삼성전자의 '노조 리스크'가 훨씬 더 위협적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신들도 노조의 총파업을 삼성전자의 악재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세계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의 43.9%와 36.7%를 차지하고 있어 생산 차질 시 반도체 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


대만 디지타임즈는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교대로 가동되며 자동화 비율이 높더라도 점검과 유지보수를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삼성의 생산라인이 멈추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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