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의료전달체계' 확 바꾼다..'상종병' 중환자 진료 기능 극대화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11 14:42

수정 2024.07.11 14:42

비슷한 환자 두고 경쟁하는 현행 의료전달체계
수가 보상 등으로 '상종병' 고난이도 진료 유도
일반병상 최대 15% 감축해 중증 환자에 집중
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및 응급환자에 집중할 수 있도록 수가 보상을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11일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개최하고 오는 9월부터 시범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수가 보상 등 통해 '의료전달체계' 개혁

의료기관은 지역에서 의료를 담당하는 1차 의료기관인 병·의원과 2차 의료기관인 30병상 이상의 병원과 종합병원, 3차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으로 나뉜다. 의료전달체계상 상급 병원으로 갈수록 난이도가 높고 위중한 환자를 진료하는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경증 환자는 낮은 단계의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중증 환자는 상위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의료전달체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1~3차 의료기관은 비슷한 환자군을 두고 서로 경쟁을 벌였다.
특히 3차 의료기관은 고비용 숙련 인력 채용보다는 전공의들의 근로를 통해 진료를 유지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으로 떠나며 불거진 이번 '의료공백 사태' 역시 전공의들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에서 발생했다. 전공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전공의들이 집단적으로 현장을 이탈하면서 진료 역량이 크게 훼손된 것이다.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이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중환자실 수가, 중증 수술 수가 등 보상을 대폭 강화한다. 상급종합병원이 본래 역할에 맞는 진료에 집중할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성과 기반 보상체계도 도입한다.

의료기관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진료협력병원'을 두고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지역의 병·의원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으로 올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꾼다. 필요할 경우 상급종합병원을 대기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강화된 진료 협력체계(패스트트랙)도 구축한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이 병상 규모 확장보다 의료의 질과 중증 환자 진료에 집중하기 위한 적정 병상 구축을 돕는다. 상급종합병원이 지역 병상 수급 현황, 현행 병상 수, 중증환자 진료실적 등을 고려해 병원별로 시범사업 기간 내(3년) 일반병상의 5%~15%를 감축하도록 할 계획이다.

전공의들의 비정상적 업무 부담에 의존했던 진료체계도 개편한다. 중증 환자 치료역량 제고를 위해 의사, 간호사 교육·훈련을 강화하고, 전문의 중심으로 병원을 운영해 전공의 진료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여간다.

전공의들은 과도한 업무 부담에서 벗어나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정부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차원에서 주당 근무시간은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연속근무 최대 시간은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근로 시간 단축을 단계적으로 이행한다.

정부는 오는 9월부터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을 진행한 뒤 제6기 상급종합병원이 지정되는 오는 2027년부터는 본 사업을 시행, 단계적으로 제도 개선에 나선다. 또 상급종합병원이라는 명칭이 서열을 암시하고, 의료전달체계상 최종 치료 역할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문제 등을 고려해 명칭 개편도 검토한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시 병원이 기능에 적합한 중증진료를 더 많이 볼수록 유리하도록 전체 환자 중 고난이도의 전문진료질병군 비율 하한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한다.

'의료분쟁 조정제도' 신뢰성도 높인다

이날 특위는 '의료분쟁 조정제도'의 신뢰성을 높이려면 고강도 혁신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모았다. 법에 규정된 '의료사고 예방위원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병원장이 위원장을 맡아 기관 책임을 강화하고 위원회 활동 실적을 분쟁조정에서 참작하는 개선안도 검토했다.

또 사망 등 중대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환자-의료인 간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외사례를 참고해 사고 경위 설명, 위로·유감 표시 등 제도화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의 관점에서 전문 상담을 수행하고 감정 쟁점 선정 등을 조력하는 (가칭)'환자 대변인제' 신설도 논의됐다.
특위 산하 의료사고 안전망 전문위원회는 이날 논의 등을 구체화하고 의견수렴을 거친 후 8월 말 제6차 특위에 관련 입법계획을 함께 보고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의료개혁을 추진하면서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과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이 조속히 돌아올 것을 촉구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에 대한 모든 행정처분을 철회했고 의대생들이 복귀하면 유급을 걱정하지 않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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