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역대 최장기간 금리 동결'에도 피벗 초읽기 돌입한 한은...이창용 "차선 바꾸고 방향 전환할 상황 조성"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11 15:07

수정 2024.07.11 15:07

한은, 기준금리 12회 연속 3.5% 동결하면서도 피벗 준비나서...핵심 변수는 ‘가계부채 증가세’ 이창용 “물가 안정 진전 있다...차선 바꿀 준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열린 올해 하반기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지난해 2월 이후 12차례 연속 동결로, 3.50%의 기준금리가 작년 1월 13일부터 이날까지 1년 5개월 28일 동안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열린 올해 하반기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지난해 2월 이후 12차례 연속 동결로, 3.50%의 기준금리가 작년 1월 13일부터 이날까지 1년 5개월 28일 동안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향후 적절한 시점에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이번 통화 긴축기 최초의 '금리 인하 검토' 메시지를 공식 밝혔다. '3개월 후 금리인하' 가능성을 제기한 금융통화위원도 당초 1명에서 2명으로 늘어나면서 한은은 본격적으로 피벗(통화정책 전환) 준비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0% 동결했다. 1년 6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역대 최장기간 금리를 묶었다.
물가 안정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경로상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외환시장 변동성, 수도권 주택 가격,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리스크가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됐으나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이에 기준금리는 지난해 2·4·5·7·8·10·11월과 지난 1·2·4·5월에 이어 12회 연속 동결됐고 미국(5.25~5.50%)과의 금리차는 상단 기준 2%p가 유지됐다.

한은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4%를 기록하며 예상대로 둔화 추세를 이어갔음에도 아직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라며 ‘신중론’을 강조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80원대를 웃돌고 가계대출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월 5조원 수준의 증가세를 이어가는 것도 금리 동결 재료로 쓰였다.

이창용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의 둔화 추세가 지속될지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인하 기대가 외환시장, 주택가격, 가계부채등을 통해 금융안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의결문에는 ‘기준금리 인하’라는 표현이 이번 통화긴축기에 최초로 사용됐다. 이 총재도 "현 상황은 물가 상승 안정에 진전이 있는 만큼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며 피벗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날 금통위는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5월 전망치 2.6%를 소폭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며 디스인플레이션에 대한 확신이 이전보다 커졌음을 시사했다.

실제 금통위원들 내에서도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목소리가 이전보다 커졌다.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2명은 이날 금통위에서 3개월 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제시했다. 지난 2월 금통위부터 1명이던 3개월 후 인하 전망이 2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물가 안정에 대한 확신이 이전보다 강해진 만큼 향후 피벗 시기를 좌우할 주요 변수는 금융안정, 특히 가계부채가 될 전망이다. 한은이 전날 발표한 '2024년 6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6조원 늘어난 111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주담대는 상반기에만 26조5000억원 늘어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은도 금리 인하 시그널이 가계부채를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시장의 높아진 금리 인하 기대는 과하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 속도가 5월 이후 예상보다 빨라졌기 때문에 유심히 보고 있다"며 "물가 그리고 금융 안정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시장에 형성된 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어 이러한 기대를 선반영해서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 등이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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