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반발에 지연되는 송전선로 건설
국가 기간 산업에도 피해 우려
국가 기간 산업에도 피해 우려
[파이낸셜뉴스] 동해안과 신가평을 잇는 500kV급 송전선로 건설 사업이 12년째 공전하고 있다. 송전선로 건설이 장기화되면서 해당지역 민간발전사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이대로면 622조원을 투입해 경기 평택·화성·용인·이천 등에 조성하는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가 공장을 다 짓더라도 전기가 없어 돌리지 못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민반발에 지연되는 송전선로 건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동해안~신가평 HVDC 송전선로 및 송전탑이 건설되는 경과지 76개 마을 중 62개 마을과 합의하며 합의율 82%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일부지역에서 사업중단, 보상확대 등 일부 쟁점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부와 한전은 지난 2013년부터 동해안과 수도권을 관통하는 신규 송전선로 건설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최초 후보지가 좌초된 이후 계획을 변경해 경북 울진, 강원도 홍천군과 경기도 가평시 지역을 통과하는 신가평 송전선로를 확정했다.
문제는 송전선로가 들어설 예정인 지역의 주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강원 홍천 주민들은 송전선로 지중화(전선을 땅 밑에 설치하는 것)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200조원이 넘는 부채를 지고 있는 한전은 사업비 부족을 이유로 지중화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재 한전은 완공 시점을 2025년 6월로 잡고 있지만, 이 목표도 달성이 불투명하다. 정부는 최근 송·변전 설비 주변 지역 거주자들이 최대 2400만원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했지만 주민 마음을 돌리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한전은 오는 2036년까지 56조원을 투자해 전국을 아우르는 대규모 송전망을 구축하겠다는 로드맵을 짜놓은 상태다. 다만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사업이 늦춰지면서 전체 계획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력 계통이 확보되지 않은 채 전력 발전량만 늘어나면 대규모 정전(블랙아웃)을 막기위한 발전소 출력제어 조치도 이뤄져야 한다.
현재 동해안에 위치한 민간발전사들의 반발도 거세다. 동해안지역 원전과 석탄발전의 발전량은 총 16GW이다. 현재 타 연료대비 우선적으로 발전을 실시하는 원전이 8.7GW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송전여력은 1.3GW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에 고성, 강릉, 삼척 등 동해안에 위치한 석탄발전소들의 가동률은 20~30%에 머물고 있다. 결국 전기를 생산하지 못하는 만큼 민간발전사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 기간 산업에도 피해 우려
송전선로 건설 지연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한 국가 기간산업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47년까지 반도체 공장 16개가 신설되는 경기 남부 클러스터에선 3년 후인 2027년 공장 5개가 완공된다. 필요한 전력 수요만 원전 3~4기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이미 준공 시점을 5년 넘긴 동해안-신가평 선로가 2026년에도 가동이 불투명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수도권 전력 대란은 눈앞에 닥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클러스터의 핵심인 용인 지역에서는 반도체 공장 10개로만 2047년까지 현재 수도권 전체 전력 수요의 4분의 1만큼이 늘어난다. 반도체 공장은 물론 데이터센터 신설, 전기차 보급, 각종 제품의 전기화 등으로 수도권 내 전력 수요 폭증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기가 없어 최첨단 공장과 설비가 가동을 못 할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서 대형 반도체 공장과 소부장·팹리스 등 반도체 생태계가 함께 성장하며 생산 유발 효과만 650조원에 이르고, 직간접 고용 창출 효과는 300만명을 웃돌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당장 2027년부터 송배전망 부족으로 인해 수도권 수요의 10%에 이르는 전기를 제때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19년에서 완공 시점이 2026년으로 밀린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가 여전히 지지부진하면서 반도체 클러스터의 가동 시점에 전력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력 업계 관계자는 “2026년에도 동해안에서 신가평으로 오는 송전 선로가 준공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에서 대규모 반도체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 가뜩이나 빠듯한 수도권 전력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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