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의정 갈등 속 갈 길 가는 정부 "의료전달체계 확 바꾼다" [전공의 사직서 수리 충돌]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11 18:01

수정 2024.07.11 18:01

전공의 2월 사직수리 요청 거절
"6월 4일 기준 공법 효력" 강조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 등
의개특위 열고 의료개혁 '속도'
의사국시 거부 현실화되나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의사국가시험 응시 예정자인 전국 40개 의대 본과 4학년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2903명의 응답자 중 95.52%(2773명)가 의사국시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집계됐다. 1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열람실에 의대생들이 벗어놓은 가운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의사국시 거부 현실화되나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의사국가시험 응시 예정자인 전국 40개 의대 본과 4학년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2903명의 응답자 중 95.52%(2773명)가 의사국시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집계됐다. 1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열람실에 의대생들이 벗어놓은 가운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에 나서는 등 의료개혁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전공의·의대생과의 갈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사직 수리 시점 두고 의정 '의견차'

11일 정부는 전공의에 대한 사직서 수리 시점은 정부가 전공의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등 각종 행정처분 철회를 발표한 6월 4일이 기준이라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다.

정부는 지난 8일 모든 전공의에 대해 행정처분을 철회한다는 발표를 했고, 이 발표 이후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 시점을 두고 정부와 전공의 간 의견차가 발생했다.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제출한 지난 2월을 사직서 처리 시점으로 주장하고 있고, 정부는 행정처분 철회를 발표한 6월을 법적 사직서 처리 시점으로 보고 있다. 수련병원들은 전공의들의 요구대로 2월 말을 기준으로 사직서를 처리하기로 뜻을 모았지만 정부는 여전히 6월을 고수하고 있어 의정 간 의견충돌이 발생했다.


의료계는 사직서 수리 시점이 2월이 아닌 6월로 늦춰지면 해당 기간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등에 불응한 이력이 남고, 의료법 위반에 따른 법적 책임과 퇴직금 문제 등 재정적 불이익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공법적 효력이 있다는 6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근 정부는 모든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철회하는 등 유화책을 폈지만 사직서 수리 시점에 대해서는 단호한 모습이다.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사안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데, 정부는 사직 시점은 6월 4일을 기준으로 공법적 효력이 있다는 것을 밝힌 바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의대 증원과 의료개혁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에 대해 이날 정부는 지금이라도 복귀할 경우 유급에 대한 걱정 없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가 대학에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의 유화책에도 불구하고 전공의와 의대생 모두 의료 현장과 학교로 복귀하지 않고 있다. 이날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내년도 의사국가시험 거부 의사를 밝힌 의대생들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며 본인 역시 현장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상종병' 중증·고난도 수술에 집중

의정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사직서 수리 문제 등 새로운 영역에서 입장차가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는 의료개혁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날 정부는 제5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개최하고 오는 9월부터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시범사업은 3년 동안 시행되며 그동안 1차·2차 의료기관과 경쟁을 벌였던 3차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 목표다. 향후 상급종합병원은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되며 중증·고난도 진료와 수술에 집중한다.

시범사업을 통해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이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중환자실 수가, 중증수술 수가 등 보상을 대폭 강화한다. 상급종합병원이 본래 역할에 맞는 진료에 집중할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성과 기반 보상체계도 도입한다.

의료기관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진료협력병원'을 두고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지역의 병·의원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으로 올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꾼다. 필요할 경우 상급종합병원을 대기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강화된 진료 협력체계(패스트트랙)도 구축한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이 병상 규모 확장보다 의료의 질과 중증환자 진료에 집중하기 위한 적정병상 구축을 돕는다. 상급종합병원이 지역 병상 수급현황, 현행 병상 수, 중증환자 진료실적 등을 고려해 병원별로 시범사업 기간 내(3년) 일반병상의 5~15%를 감축하도록 할 계획이다.

전공의들은 과도한 업무부담에서 벗어나 수련을 받을 수 있게 한다.
정부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차원에서 주당 근무시간은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연속근무 최대 시간은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단계적으로 이행한다.

정부는 오는 9월부터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을 진행한 뒤 제6기 상급종합병원이 지정되는 오는 2027년부터는 본사업을 시행, 단계적으로 제도개선에 나선다.
또 상급종합병원이라는 명칭이 서열을 암시하고, 의료전달체계상 최종 치료 역할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문제 등을 고려해 명칭 개편도 검토한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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