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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수익만으로는 배 안 찬다" 대출 중개 뛰는 사모운용사들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11 18:20

수정 2024.07.11 21:45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 사진=뉴시스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 사진=뉴시스
연도별 일반사모운용사 겸영업무 보고 추이
기준년도 보고 건
2021년 53건
2022년 74건
2023년 69건
2024년(7월초 기준) 22건
(금융감독원)
일반사모펀드 운용사들이 펀드 운용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본업만으론 경영이 힘들어 대출 중개·주선 등으로 손을 뻗으며 수익 다각화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단기 수익 창출에 매몰됨으로써 법령을 위반하는 사례도 발견되고 있는 점은 문제로 꼽힌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겸영업무 보고를 한 일반사모운용사(부동산신탁사 포함)는 22곳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 보면 ‘대출의 중개·주선 또는 대리업무’와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의 공동 업무집행조합원’이 각각 11건, 10건으로 대부분이었다. ‘유동화전문회사업무의 수탁업무’도 1건 있었다.

이는 결국 수익 경로를 다양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펀드를 조성·운용해 수익을 내고 보수 등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만으론 경영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물론 연도별로 보면 겸영업무 보고가 줄고 있다. 2021년 53건, 2022년 74건, 2023년 69건으로 올해의 경우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 이들 수치를 밑돌게 된다. 이는 차츰 회복하고 있는 시장과 연동된 현상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국내 사모펀드 합계 설정액은 618조4159억원으로, 1년 전(574조6083억원) 대비 7.6% 늘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업황 부진, 여전한 규제 등으로 인해 시장이 추세적 반등은 이뤄내지 못하는 만큼 대출 주선 등을 맡아 금융주관수수료까지 얻어야 그나마 연명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운용보수 경쟁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어 다른 숨구멍을 만들어내야 하는 수요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달 14일 부동산신탁사인 한국토지신탁이, 28일엔 종합자산운용사인 우리자산운용까지 대출 중개·주선 겸영업무를 시작했다고 보고했다.

그 절차가 까다롭지도 않아 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도 하다. 자본시장법상 보고자는 해당 겸영업무를 개시한 날부터 2주 이내 금감원에 보고해야 하지만, 인허가가 아닌 신고제이기 때문에 추가로 갖춰야 할 자격 요건은 없다.

주로 부동산 매입 혹은 공사비 충당을 위해 대출을 일으킬 때 저축은행이나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에서 보다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중개·주선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쉽게 얘기하면 중간에서 수수료를 받고 다리를 놔주는 작업이다.

다만 일반법인·개인 간 대출 중개 업무는 감독기관이 배제된 채 사적영역에서 이뤄지는 만큼 겸영업무 범위에서 제외된다.

한 사모운용 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배정받아봤자 얼마 손에 안 잡히는데 건물이나 골프장은 기본 몇십억, 몇백억원 단위라 건당 중개 수수료 수익만 수억원이 된다”며 “다만 지금은 건설경기가 부진해 일단 겸영하겠다고만 걸어놓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본말이 전도되는 현상에 대해선 우려를 가지고 있다. 펀드 운용보다 단기수익 창출에 집중하는 행태로의 쏠림이 심화되고, 이 과정에서 법정 최고 이자율 제한(20%)을 위반하는 등의 사례도 나타나고 있어서다.
지난해 3월말 기준 사모운용사 영업수익 중 자문, 일임, 대출 중개 등 기타수익이 39.2%를 차지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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