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맨의 특징은 이른바 '톱다운' 협상 방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1기 정부 당시 김 위원장과 정상 차원의 담판을 시도한 게 대표적이다. 우방국들을 상대로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직접 우리나라와 일본, 유럽 국가들에 노골적으로 방위비 부담이 적다고 나무라며 대폭 인상을 요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권위주의 진영 국가들과 과감한 톱다운 협상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미국 정치권에선 특히 푸틴 대통령과 담판을 벌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안보불안만 커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트럼프식 협상이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에서다. 미중 패권경쟁도 마찬가지로 트럼프와 시진핑이 마주하면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식 협상이 정답이라는 건 아니다. 오히려 위험이 더 크다는 우려가 많다. 트럼프 1기 때 북미 정상회담은 '노딜'로 귀결되며 북한의 적대감만 키웠다. 트럼프와 푸틴·시진핑 간의 담판도 북미 노딜 꼴이 난다면 신냉전 구도는 짙어지고 민주주의 진영 우방국들의 신뢰를 잃는 결과만 낳을 수 있다. 말 그대로 온 세계가 각자도생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글 같은 스트롱맨 시대, 윤석열 대통령은 톱다운 외교를 헤쳐 나갈 준비가 돼 있을까. 윤석열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표방하며 외교지평을 넓히는 데 주력해 왔다. 윤 대통령은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고 각국을 누비며 각종 성과를 도출했다. 다만 이는 굳건한 한미동맹, 민주주의 진영 우방국들과의 연대라는 질서와 규범이 작동한 덕이 컸다. 변칙적인 상황에서도 윤 대통령의 '영업력'이 활약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당장 당면할 문제는 북한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측근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은 지난 9일 서울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과의 사전논의를 전제하긴 했지만 북미 양자대화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빅딜'에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윤 대통령도 스트롱맨으로서, 다만 치밀한 전략을 가지고 나서야 한다.
uknow@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