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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금리 인하 전제는 물가와 가계대출 안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11 18:36

수정 2024.07.11 18:40

금통위, 12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
李총재 "적절 시기 방향 전환 준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하고 통화긴축 기조를 유지했다. 12회 연속 동결이다. 금리인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동결 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향후 금리인하 시점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될 것이다. 금통위가 기준금리 동결에서 인하 스탠스로 이동하는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점을 놓고 앞으로 뜨거운 찬반 논쟁이 벌어진다는 의미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통화정책 스탠스 전환 가능성도 신호로 읽힌다. 이 총재는 "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통화정책에 대한 확연한 입장 변화다.

금리동결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도 피벗 논쟁의 빌미가 되고 있다. 그간 금리인상 기조는 지난해 3월 동결로 멈췄다. 이어 3.50% 기준금리가 지난해 1월 13일부터 이날까지 1년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다음 금통위 시점까지 따지면 3.50%는 1년7개월 이상 유지되는 셈이다. 지금까지 가장 길었던 동결 기간 1년5개월21일(연 1.25%·2016년 6월 9일∼2017년 11월 30일)을 뛰어넘는 역대 최장 기록이다. 금리인하에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금리인하론은 몇 가지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금리인하의 최대 아킬레스건이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에 가까워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외부 기관의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날 '2024 한국경제보고서'에서 우리 경제가 코로나 이후 글로벌 고물가, 수출부진 등에 따른 일시적 성장 약화에서 벗어나 성장이 재개됐다며 올해 성장률을 2.6%로 전망했다. 특히 물가상승률은 5월 대비 0.1%p 낮춘 2.5%로 예상했다.

이러한 근거 가운데 하나로 올 하반기부터 내수가 강화될 것이란 점을 내세웠다. 인플레이션 하락 추세가 확인되면 올 하반기부터 통화정책을 완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덧붙였다.

이쯤 되면 올 하반기 금리인하 확률이 확연히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인하 시기와 폭, 횟수에 더 이목이 쏠린다. 그럼에도 인하 시기는 여전히 쉽게 예단할 수 없다. 물가상승률이 2%대에 안정화되면서 금리인하를 고려할 수준에 근접했지만, 아직 한은의 목표 2%에는 이르지 못했다.

물가 외에 다른 변수들은 오히려 금리를 인하하는 데 부담이 크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에 근접해 있을 만큼 외환시장이 불안하다. 가계대출 급증도 기준금리 인하의 부담요인이다. 은행권 6월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고 한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주담대 대출 수요를 더 늘려 부동산 과열로 이어질 수 있다. 외환시장,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분야 전반이 금리를 당장 내리기엔 불안하다.

미국도 통화정책의 방향 전환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신중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그는 9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물가하락세가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가 더 나와야 금리인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금리인하 여건이 유리한 미국도 돌다리를 두드리고 또 두드리는 모습이다.


상당한 수준의 물가안정세와 외환·가계대출·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변동성을 충분히 따져 금리인하 시점을 내다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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