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사상 처음 최저임금 1만원대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 9860원보다 170원(1.7%) 오른 1만30원으로 결정했다. 최저임금 심의 법정 시한은 훌쩍 넘겼지만, 막바지 속도가 붙어 본격적인 금액 논의가 시작된 지 나흘 만에 최종 결정이 이뤄졌다. 노동계가 최초 제시했던 인상안과 비교하면 낮은 금액이다. 그렇지만 영세 사업장에선 1만원대 최저임금이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어 파장이 우려된다.
최저임금 1만원 대 시대는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37년 만이다. 2014년에 5000원대로 올라섰고 그로부터 11년 만에 두배 이상이 됐다. 인상률 1.7%는 지난 2021년의 1.5%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작은 수치인데 최근 단기간 가파르게 오른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은 지난 2022년, 2023년 연거푸 5%대로 올랐다.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최저임금은 40% 이상 뛴 수준이다.
노동계가 지난 9일 제시했던 최초 요구안 1만2600원은 올해 대비 27.8%나 올린 과도한 금액이었다. 차츰 물러서 9.9%(1만840원) 인상을 최종안으로 냈지만 이 역시 무리였다. 결국 경영계가 마지막으로 제시한 금액이 표결을 거쳐 채택됐다. 하지만 대출 연체와 폐업 고통에 시달리는 영세 사업주 처지에선 생업에 위협을 느낄 수 있는 액수다. 이미 현재 최저임금 수준도 버거워 일하던 알바생을 내보내고 혼자 버티는 소상공인들이 상당수다. 향후 미숙련 청년 일자리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소상공인협회가 이날 "생존 리스크가 계속 커지는 상황에서 취약 근로자와 소상공인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막아버렸다"며 유감을 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업종과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전 사업장 최저임금 일괄 적용의 지급 방식을 개선하지 못하면 영세 업체들의 고통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업종별, 기업별 구분 적용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됐으나 우리만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일부 업종만이라도 우선 시행해보자는 소상공인 요구안은 계속 무산됐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음식점, 편의점, 택시 운송업 3개 업종에 한정해 적용하자는 강력한 요구가 있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업계는 정부가 업종별 가이드라인을 정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는데 타당한 요구라고 본다.
지금부터라도 정부 차원에서 구분 적용 방안을 연구하고 현실적인 계획을 내놔야 한다. 공익위원 뒤에 숨어 책임 지지 않으려는 정부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노사간 격렬한 대립 후 결국엔 공익위원에 의해 좌우되는 결정 구조 역시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결정해야 소모적인 대립을 줄이고 글로벌 기준과 맞출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취약 근로자 보호를 위해 출발한 최저임금의 취지도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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