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토미데이트 오남용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아 처벌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의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에서 람보르기니 차량을 주차하다 시비가 붙은 상대방을 흉기로 위협한 홍모씨(30)에게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홍씨에게 에토미데이트를 처방한 의사 A씨는 지난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내원자 75명에게 에토미데이트를 총 8921회 투약한 혐의로 최근 검찰에 송치됐다.
에토미데이트는 우유 주사로 알려진 프로포폴과 비슷한 약물이다. 두 약은 전신마취 유도제로 사용될 뿐 아니라, 작용하는 기전과 작용하는 수용체마저 동일하다. 이처럼 닮은 약이지만, 마약류로 지정된 것은 프로포폴뿐이다. 에토미데이트는 현재 전문의약품으로 관리되고 있다. 이유는 이 약물은 프로포폴과 같이 아직 강한 의존성이 아직 실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로포폴이 2010년부터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면서 에토미데이트 사용량은 급증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에토미데이트 수입량은 2010년 6만3000개에서 2011년에는 17만5490개로 2.8배 늘었고, 2018년에는 52만3920개로 8.3배나 증가했다.
에토미데이트는 마약류로 지정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마약류처럼 투약이나 소지만으로는 처벌받지 않는다. 실제 앞선 사례들에서도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닌, 의약품 취급자가 에토미데이트를 취급했다는 것(의료법 위반) 등이 문제가 됐다.
식약처는 에토미데이트에 대해 마약류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하지만 섣불리 결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에토미데이트가 지닌 중독성이 입증되지 않은데다 에토미데이트의 개발국인 미국에서 이 약물을 마약류로 지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에토미데이트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것은 알고 알고 있지만, 중독성이 실증되지 않는 상황에서 쉽사리 마약류로 지정하는 것은 어렵다"며 "또 아직 개발국인 미국에서도 이 약물을 마약류로 지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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