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판사가 맡은 사건에 배우자가 변호인이라면[최우석 기자의 로이슈]

최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14 13:30

수정 2024.07.14 13:30


서울고법 전경. 2024.5.16/사진=뉴스1
서울고법 전경. 2024.5.16/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민사소송에서 재판장과 당사자 일방의 소송대리인이 부부라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도 될까. 드물기는 하지만 그런 경우가 간혹 있다. ‘베갯머리 송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 공정성 문제가 야기되지만 아쉽게도 법원에서 알아서 사건을 재배당하지 않는다. 소송법상 제척 제도가 있지만 재판장과 소송대리인이 부부관계인 경우를 제척사유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제척이란 사건 담당 법관이 소송당자자와 일정한 관계일 때 재판에서 맡을 수 없는 소송상 제도를 말하는데 제척사유는 법률로 딱 규정돼 있다.


민사소송법에서 제척되는 경우로 △법관 또는 그 배우자나 배우자이었던 사람이 사건의 당사자가 되거나 △사건의 당사자와 공동의 권리의무 관계에 있는 때 △법관이 당사자와 친족의 관계에 있거나 그러한 관계에 있었을 때 △법관이 사건에서 증언이나 감정했을 때 △법관이 사건당사자의 대리인이었거나 대리인이 된 때 △법관이 이전심급의 재판에 관여하였을 때만을 규정하고 있다. 즉, 사건 담당 법관과 당사자 소송대리인 관계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13년 제정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권고 의견 8호는 법관의 가족이 근무하는 로펌 사건은 맡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권고의견에 불과해 재판을 강행하더라도 어떠한 제한이 없다. 이런 경우 당사자가 법관의 재판 공정성 문제로 제외해 달라고 법원에 기피신청을 함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나 법원이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법조인끼리 결혼하는 경우가 꽤 있고, 이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공정한 재판을 위해 이런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는 법조계 일각의 지적이 있다.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동안 민사·형사 관련 기피신청은 총 3353건으로 집계됐으나 인용은 5건(0.14%)에 머문 것만 봐도 이런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고 볼 수 있다.
법률사무소 미래로 이은성 변호사는 “최근 법관의 임용경로가 다양화함에 따라 재판의 공정성을 위해 제척되는 범위를 보다 넓히고, 명확하게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후관예우를 방지하고, 베갯머리 송사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한 때다”고 말했다.

wschoi@fnnews.com 최우석 변호사·법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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