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AR-15 소총 8발 총성… 오른쪽 귀 관통, 고개 돌려 살았다 [트럼프 피격]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14 18:14

수정 2024.07.14 18:14

총격범, 집회장 밖 건물서 저격
유세장 관중 1명 사망·2명 중상
트럼프, 긴급 치료 받고 퇴원
공화당 전당대회 예정대로 참석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의 팜 쇼 박람회장에서 미국 전·현직 대통령을 경호하는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총격 이후 몸으로 트럼프를 감싸고 있다. 이날 총격범은 선거유세장 인근 건물 옥상에서 약 8발의 총탄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AP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의 팜 쇼 박람회장에서 미국 전·현직 대통령을 경호하는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총격 이후 몸으로 트럼프를 감싸고 있다. 이날 총격범은 선거유세장 인근 건물 옥상에서 약 8발의 총탄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AP연합뉴스
미국에서 약 43년 만에 현직 대통령에 준하는 거물 정치인이 총에 맞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총격의 전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격한 용의자가 20대 백인 남성이라고 보도했으나 범행 동기는 확인하지 못했다.

■오른쪽 귀에 총알 스쳐

CNN 등 외신들에 따르면 공화당 전당대회 및 대선후보 지명을 이틀 앞둔 트럼프는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의 팜 쇼 박람회장에서 대선 유세를 열었다. 연단에 오른 트럼프는 오후 6시11분 무렵 불법이민자를 언급하며 국경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번 보라"고 주장했다. 이때 총성이 연이어 들렸으며 동시에 트럼프가 오른쪽 귀를 만진 다음 단상 아래로 몸을 숙였다.


미국 NBC방송은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가 총격 당시 유세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표시된 차트를 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목격자는 트럼프가 차트 중 하나를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며, 그러지 않았다면 총알이 머리에 맞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비밀경호국(SS) 요원들과 약 1분 동안 엎드려 있다가 부축을 받아 일어섰고, 6시14분에 유세 현장을 떠나 인근 병원으로 향했다. 전·현직 대통령의 경호를 맡은 SS는 6시42분에 성명을 내고 트럼프가 안전하며 범인이 사살됐다고 밝혔다. 다만 유세를 보러 왔던 관중 1명이 머리에 총격을 맞아 즉사했으며, 또 다른 관중 2명도 중상을 입었다. 사상자 3명은 모두 성인 남성으로 확인됐다.

트럼프는 오후 8시42분 자신이 세운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글을 올려 "총알이 내 오른쪽 귀 윗부분을 관통했다"면서 "나는 무언가 쌩하고 지나가는 소리와 총소리를 들었을 때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즉각 알았고, 바로 피부를 찢는 총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총격으로 죽거나 다친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동시에 SS 등에 감사를 표했다.

트럼프는 이날 긴급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그는 같은 날 뉴저지주 뉴어크의 공항에 도착했으며 같은 주에 있는 베드민스터 개인 골프클럽에서 묵는다고 알려졌다. 트럼프 선거캠프는 사건 당일 성명을 내고 트럼프가 15일부터 나흘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진행하는 공화당 전당대회에 예정대로 참석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번 행사에서 이변이 없는 한 오는 11월 5일 대선에 출마하는 공화당 후보로 공식 지명될 예정이다.

■FBI "암살 시도, 동기는 불분명"

미국 연방수사국(FBI) 피츠버그 지부를 담당하는 케빈 로젝 FBI 요원은 13일 사건 직후 버틀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을 "전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암살 시도"라고 규정했다. 미국 역사상 전·현직 대통령이 암살 위협에 노출된 경우는 이번이 11번째이며, 이 가운데 4명이 숨졌다.

가장 최근 사례는 1981년 3월 30일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였다. 범인이었던 존 힝클리 주니어는 배우 조디 포스터의 관심을 끌기 위해 워싱턴DC 힐튼호텔 앞에서 레이건을 향해 6발의 총탄을 발사했다.

미국 CBS방송은 13일 범인이 트럼프의 집회무대에서 약 182m 떨어진 집회장 바깥 구역에서 창고로 추정되는 높은 건물 위에 서 있었다고 보도했다.

유세장에 있던 다른 목격자도 영국 BBC방송을 통해 건물 지붕 위로 "곰처럼 기어가는 남자"를 봤다며 소총을 들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목격자는 SS 요원들이 총격 발생 직후 범인을 사살했으며 지붕으로 올라가 사망 여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미국 ABC방송은 범인이 건물 옥상에 걸터앉아 최대 8발의 총탄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범인의 시신 근처에서는 미국 제식 소총인 'M-16'의 민수용 제품인 'AR-15' 반자동 소총이 발견되었다. AR-15는 미국 총기난사 사건에서 자주 등장한 총기로, 지난 2017년 10월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 사건에도 쓰였다.


FBI의 로젝은 범인의 신원을 거의 확인했지만 100% 확신할 때까지 공개할 준비가 되지 않았으며 아직 동기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범인이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았고 그의 사진을 분석하고 유전자검사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루이지애나주)은 "국민들은 진실을 알 자격이 있다"며 "우리는 킴벌리 치틀 SS 국장과 그 상위 부처인 국토안보부(DHS) 그리고 미국 FBI의 관리들이 청문회에 출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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