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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경고음 켜진 은행 부실채권, 선제적 조치 나서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14 19:16

수정 2024.07.14 19:16

5대 은행 상반기에 3조 털어내
한계차주 회생은 면밀히 따져서
지난 6월 서울 시내 한 폐업 상점에 각종 고지서가 쌓여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이 올해 상반기에 3조2000억원이 넘는 부실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6월 서울 시내 한 폐업 상점에 각종 고지서가 쌓여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이 올해 상반기에 3조2000억원이 넘는 부실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은행에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5대 은행은 올해 상반기 3조2704억원어치의 부실채권을 상각·매각했다고 한다. 회수 가능성이 낮은 대출을 장부에서 떨어낸 것이다. 이러면 연체율은 낮아진다.


올 상반기 부실채권 상·매각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에 비하면 1.5배나 많다. 5대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2022년 2조원대에서 지난해 5조원대로 급증세다. 공장과 가게에서 이익을 못 내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계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계속되는 고금리·고물가로 내수부진이 더 깊어지고 있는 게 이유다.

은행권 부실채권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그간 취약차주에 대한 여러 번의 원리금 상환유예로 부실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올 초 연체율이 급등하자 은행들이 무담보 신용대출 등 위험등급 부실채권을 서둘러 떨어내고 있다.

부실채권과 연체율은 내수경기의 바로미터다. 높은 수준의 연체율 지속은 내수침체 경고음이다. 5대 은행의 중소기업 연체율은 0.6%에 육박하는데, 경제주체 중에 가장 높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예했던 대출채권 만기가 도래하는 중이어서 중소기업,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지난 2월 0.42%까지 치솟았던 가계대출 연체율은 현재 0.3%대로 떨어지긴 했다. 부실채권을 떨어내서 그런 것이지 여건이 좋아져서가 아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달 5조원 넘게 늘었다. 부채 내용도 나빠지고 있다. 부채를 못 이겨 최근 1년간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조정을 신청한 서민이 20만명에 육박한다. 석 달 넘게 빚을 일절 갚지 못한 자영업자의 대출액이 31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금리가 빠르게 내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1일 연 3.5% 기준금리를 1년6개월째 동결했다. 인하 여지를 두긴 했으나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 달러 초강세 등 여건이 만만치 않다. 당분간 취약차주들의 빚 부담이 커질 것이다. 이달 초 정부가 빚 상환 압박이 커진 소상공인을 위해 보증부 대출 상환기간을 연장해 주고, 소상공인 새출발기금을 40조원 넘게 늘리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의적절한 대책이나, 차주들의 도덕적 해이를 경계해야 한다. 무조건부 상환유예 등으로 부실처리를 마냥 늦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성실하게 부채를 상환하는 차주들과의 형평성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취약차주의 회생 여지 등을 면밀히 살펴 상환기간 연장과 유예, 신용회복 지원 등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

정부는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를 내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가계대출을 죄면서 다른 쪽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 강화 조치를 늦추고 저금리 대출 공급을 늘리는 식의 오락가락 정책은 후유증이 클 것이다. 정책자금과 빚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 정리 또한 불가피하다.


"한계기업이 장기간 부채로 연명하지 않도록 회생 가능성에 기반한 신용 공급이 필요하다"는 최근 한은의 지적은 매우 타당하다. 은행권은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가계대출과 연체 급증은 우리의 경제위기 뇌관이다. 일시에 터지지 않도록 선제적인 조치와 관리가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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