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선점을 놓친 삼성전자가 J팝의 몰락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HBM 시장과 관련해 과거의 성공 경험으로 자기확신이 강해져 인공지능(AI) 반도체와 HBM 수요 폭발을 과소 평가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무에서 유를 창조한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결정을 두고 누가 '레드팀'이 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이 나오는 등 경직된 조직 문화도 빠른 판단을 방해했다는 추측이 나온다. 현장 엔지니어들의 자부심이 줄어드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면서 이들에 대한 사기진작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명 대학에서 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삼성전자에 입사한 A씨는 "중요한 연구분야가 아닌 보고를 위한 연구와 단기간 성과를 수치화할 수 있는 연구만 진행하고 있어 '현타'가 온다"고 토로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미중 반도체 패권전쟁, 총파업 등 난제로 소란스러운 가운데서도 어쩌면 지금이 내부 조직문화를 다시 톺아봐야 할 적기다. 인사팀을 피플팀으로 변경하고, 수평 호칭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다양한 목소리들이 수평적으로 나올 수 있는 분위기 조성과 보고문화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또, 삼성전자의 혁신을 견인하는 엔지니어들의 업무환경도 회사가 나서서 살펴야한다. '실패를 한 사람만의 일이 아닌 전체의 과제로 보고 해결하려는 분위기'가 현재의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한다. 향후 제2의 HBM 사태는 충분히 재현될 수 있다. 실패 때마다 실패의 주범이 누구인지 탓하기에 몰두하기보다 실패의 경험을 토대로 위기를 기회로 바꿀 방법을 모색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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